한숨돌린 올리브영…과징금 수천억에서 19억원 그쳐
한숨돌린 올리브영…과징금 수천억에서 19억원 그쳐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3.12.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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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고 납품 가격을 환원해주지 않는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인 CJ올리브영에 19억원 가까운 과징금이 부과됐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올리브영에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 행사독점 강요와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최고 과징금 각각 5억원씩을 부과하고 납품가격 미환원 행위는 수취액보다 많은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자사가 행사를 진행하는 당월과 전월에는 랄라블라·롭스 등 다른 H&B(Health&Beauty) 스토어 행사에서 동일 품목으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에 강요했다. 또한 2019년3월부터 2021년6월까지 행사를 이유로 인하된 가격으로 상품을 납품받고 나서 행사 종료 뒤 남은 상품을 정상 가격으로 팔면서도 이를 납품업체에 환원해 주지 않아 8억원에 달하는 차액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납품업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품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정보처리비 명목으로 순매입액의 1~3%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올리브영의 EB(Exclusive Brand) 정책, 즉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 행사 참가를 보장해주고 광고비 등을 인하해준 정책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의했지만 현 단계에서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지난 10여년 간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변화했고, 이에 여러 형태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이 역동적으로 등장·성장·쇠락하고 있는 점, 최근에는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이번 판단의 근거를 설명했다.

김문식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올리브영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에서의 위치가 강화되고 있고, EB 정책도 계속 확대되고 있어 이것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EB 정책이 적어도 위법하다고 판단하진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올리브영 측은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마쳤거나 곧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든 진행 과정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