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코로나 위기속에서 호텔·카지노 지켜냈다
[CEO뷰]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코로나 위기속에서 호텔·카지노 지켜냈다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3.12.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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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올해 사실이 아닌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해명에 나서야 했던 그룹이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유독 오너 일가를 사칭한 사람들에 의해 홍역을 치러왔다. 오너 일가가 재계나 언론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공개적인 활동이나 미디어 노출이 적은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에 대해 '은둔형 오너'라는 설명이 붙기도 했다.

전필립 회장은 1961년 11월 10일생으로, 파라다이스그룹 창립자인 전락원의 장남이다. 그는 중앙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다 중퇴하고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교통사고 이후 파라다이스투자개발 전무로서 경영에 발을 들였으며, 이후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사장 및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회사를 이끌었다. 특히 음악과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전필립 회장은 단순한 카지노 사업을 넘어서 '복합리조트 왕국'을 구축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비주력사 청산해 효율화...호텔·카지노 사업에 집중

전 회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비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하거나 청산하며 호텔 및 카지노 사업에 집중해왔다. 그룹의 장기적 비전을 호텔과 카지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12년 10월 파라다이스면세점의 지분 81%를 신세계조선호텔에 931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파라다이스면세점은 전체 면세점 시장에서 약 5%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성장률이 정체돼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던 계열사였다. 이어 2013년 초에는 M&A와 재무경영 관리 전문가 김홍창 전 CJ제일제당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하며 계열사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같은 해 회사는 공연기획 및 음악잡지 발행 사업을 맡던 파라다이스미디어아트의 청산을 결정했다.

광폭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이듬해인 2014년, 파라다이스그룹은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사파리호텔과 카지노를 현지 기업에 매각했고, 소방용품 전문 업체였던 파라다이스산업(현 파라텍)의 경영권을 포기했다. 비슷한 시기 극동정밀, 레데코, 파라다이스인더스트리 등의 지분도 팔았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러한 계열사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파라다이스시티 건설에 투자하며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파라다이스그룹은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주력사업인 호텔과 카지노는 그야말로 코로나의 최대리스크 사업군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에 전 회장은 비용구조 효율화와 자금확보에 주력하는 전략을 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며, 재무적인 안정성을 위해 부산 호텔 사무동과 서울 논현동 빌딩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호텔사업을 선방하며 꾸려갔고, 해외여행 제한으로 인해 외국인카지노사업은 국내 거주 교포 영업을 통해 유지했다. 비카지노 사업은 내국인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성장했다.

2년여의 코로나 혹한기를 버텨낸 전 회장은 회사의 실적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 2분기 파라다이스의 영업이익은 54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으며, 순이익은 372억원으로 243.7% 늘었다. 지난 3분기에도 파라다이스의 연결 매출은 2791억원, 영업이익 501억원, 순이익 437억원을 기록해 2022년 동기 대비 각각 47.3%, 30.8%, 2.5% 증가하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장충동 호텔개발 사업 ·영종도 경쟁 리조트 등장...과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재개에 따라 중국인 VIP 고객들의 회복이 기대되는 등 파라다이스그룹의 전망은 밝아보인다. 하지만 전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전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장충동 호텔개발 사업이다. 이는 서울 중구 장충동의 파라다이스그룹 이전 본사 부지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해 5성급 호텔을 건립하는 것으로, 2016년부터 추진됐지만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건립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으로 2022년 9월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최근 영종도에서 개장한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도 파라다이스그룹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요소로 부상했다. 영종도에서 독보적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운영 중인 파라다이스그룹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파라다이스시티는 2024년 1월 카지노를 오픈하는 인스파이어 개장에 따라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마케팅 비용 상승으로 인한 실적 개선세가 경쟁사에 비해 열위에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