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위기를 기회로… '제2도약' 준비하는 애경그룹 채형석 부회장
[CEO뷰] 위기를 기회로… '제2도약' 준비하는 애경그룹 채형석 부회장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3.11.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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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애경그룹이 오랜 팬데믹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도모하는 가운데,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주목된다.

애경은 주력 사업인 유통·화장품·생활용품 및 항공 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으나, 채 부회장은 이를 기회로 삼아 위기 속에 강한 리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의 통찰력과 전략적 리더십 아래 애경그룹은 두 번째 성장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 구조개편 이끌며 제주항공을 LCC 정상으로 

1960년 8월 13일 서울에서 태어난 채 부회장은 채몽인 창업주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애경산업 감사로 그룹에 입사한 후 애경유지공업 대표와 애경그룹 부회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채 부회장은 그룹 구조개편을 주도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애경백화점 설립으로 유통업에 진출하고, 애경개발을 통해 레저와 부동산 개발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특히, 수익성 우려 등 주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항공업에 진출해 제주항공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로 성장시킨 것은 그의 경영 능력을 대표하는 업적이다.

항공사업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과감한 결정을 한 그이지만, 초반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2006년 첫 취항 이후 5년간 지속된 제주항공 적자 상황은 2010년 롯데그룹에 AK면세점 매각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채 부회장은 이 기간동안 총 8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후 제주항공은 201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항공기 증대와 사용자 친화적인 예약 시스템으로 LCC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장은 2015년 11월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애경그룹도 펜데믹은 피하지 못했다. 2005년부터 2019년 사이 단 한 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매출 성장을 기록해온 애경은 화학을 뺀 모든 부문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아 휘청였다.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34.1% 감소하고 적자로 전환됐다. 영업손실은 2284억원이었다. 2021년에도 영업손실 1759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부진한 성적을 냈다. 2019년 재계 순위 58위에 올랐던 애경그룹은 2020년에는 60위, 2021년과 2022년에는 61위로 내려앉았다.

ⓒ 애경그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채 부회장 카드는 '인사 조정'.

지난해 11월 그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와 쇄신에 초점을 맞추고, AK홀딩스 새 대표로 재무 전문가인 백차현 전 애경자산관리 투자부문 대표를 발탁했다. 애경산업도 올해 2월 사내이사 2명을 교체하며 실적 회복을 위한 이사회 재정비를 마쳤다. 최근에는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인정,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룹 주력 회사들은 다시 날개를 펴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올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다시 한 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5% 증가한 4368억원, 영업이익은 444억원을 달성했다. 올해(1~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조2289억원, 영업이익 1383억원, 당기순이익 95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애경산업 또한 이번 3분기 코로나19 발생 이후 분기 최대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의 경우 연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한 184억원을 기록했다. 펜데믹 이후 글로벌·디지털 중심 성장, 프리미엄 확대 기조를 이어간 것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외부 상황 개선과 더불어 내부 조직 정비를 끝낸 애경그룹이 채 부회장 지휘 아래 과거의 영광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