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강구영 KAI 사장 "내수시장 넘어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
[CEO뷰] 강구영 KAI 사장 "내수시장 넘어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3.11.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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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KAI

공군 출신인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하늘, 항공기와 함께 했다. 공군사관학교(30기)에 수석 입학하여 1982년 졸업한 강 사장은 공군 남부전투사령관, 공군 교육사령관, 공군 참모차장(중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역 전투기 조종사 시절에는 F-4 전투기를 주기종으로 3천 시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쌓았다. 그는 시험비행 조종사로서 KAI의 국산 전투기인 군용 초등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의 개발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역후에는 사천시 항공우주정책관, 영남대 석좌교수(항공분야 특임)를 지냈다. 지난 2022년 9월 6일 0시. 태풍 힌남노가 상륙해있던 비상 상황에서 강구영 사장은 KAI 종합상황실을 찾아 취임 이후 첫 업무를 시작했다. 2050년까지 세계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강 사장은 현장을 누비며 중단기 전략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다.

■ 2030 비전의 핵심은 '글로벌'
강구영 사장은 올 초 비전선포식을 갖고 'KAI 2050' 비전을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항공기 잘 만드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강 사장은 비전선포식에서 “지난 40년간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었던 KAI DNA에 담긴 통찰과 도전, 열정과 창의 정신이 되살아난다면 KAI는 충분히 세계적인 기업으로 퀀텀점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50년까지 매출 40조원, 세계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는 R&D 투자에 1조5천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6~10년간은 매출의 5~10%인 3조원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첫 단계로 2030년까지 주력 사업인 KF-21, FA-50 수출형, LAH 등 기존 사업을 고도화시키고 성능개량을 추진해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KAI는 초음속 경공격기 FA-50의 폴란트 수출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KAI는 지난해 9월 폴란드와 FA-50 기종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한 후 올해 7월 1, 2호기를 인도하며 최단 기간 출고·납품 기록을 세웠다. 국산 군용기가 유럽에 진출한 것은 KAI가 최초 사례로서 해당 수출로 인한 경제 효과는 10조원대로 추산된다. 폴란드는 KAI와의 협력으로 FA-50을 비롯해 K2 전차 980대와 K-9 자주포 648문 등 무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FA-50 등 T-50계열 항공기는 이라크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6개국에 138대가 수출됐다. KAI는 글로벌 시장에서 FA-50을 1천대 이상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FA-50의 미국시장 진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FA-50은 미국의 기술지원으로 개발된 T-50 고등훈련기를 경공격기로 개량한 것으로서 한미동맹의 상징이기도 하다. KAI는 앞서 2018년 미 공군 차기고등훈련기 사업 당시 T-50A 경전투기 수주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KAI는 지난 7월  ‘한미동맹 70주년 동맹 강화를 위한 방산 협력 확대 전략 세미나’를 열고 FA-50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국방부도 내년 열리는 미 해군 행사에 참가해 T-50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이번에 KAI가 공략하는 미군 고등·전술훈련기 사업은 KAI의 FA-50과 보잉-사브(SAAB) 컨소시엄으로 개발된 T-7A의 2파전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경제 효과는 25조~4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가 미중의 패권 경쟁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각국이 군사력 증강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군용기 시장 전망은 밝은 상황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민항기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민항기 세계 시장은 연평균 6.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AI는 기존의 동남아와 남미 시장을 강화하는 한편,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중심의 북미와 오세아니아 등으로 대륙별 거점을 넓힐 예정이다. 이를 위해 FA-50의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KAI의 중장기 비전은 정부의 항공산업 고도화 및 선진화 전략과 맞물리며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2030년대에 항공산업분야 G7(주요 7개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정부는 제3차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 비전인 '2030년대 항공 G7 진입' 달성에 필요한 지원정책 및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강구영 한국M항공우주산업(KAI) 사장 ⓒKAI

■"우주 사업 등으로 확장... 새로운 성장곡선 그릴 것"

KAI는 크게 항공, 우주, 애프터마켓 등 3개의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AI에 따르면, 1차 성장기에 매출 3조 1,000억원, 영업이익은 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KAI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22년 매출 2조6,000억원, 영업익 80억원으로 실적이 하락하기도 했다. 올 3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1조71억원, 영업익 65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다소 밑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KAI는 우주사업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곡선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강구영 사장은 올 초 비전선포식에서 “지금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6세대 전투기, 메타버스(Metaverse),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등 새로운 플랫폼이 하늘과 우주를 가득 메우는 날이 곧 온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KAI는 성장곡선이 필요하다"며, "경쟁업체를 단기간에 따라잡고 그 여세를 몰아 글로벌 KAI가 되기 위해서는 비약적인 성장, 퀀텀 점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구영 한국M항공우주산업(KAI) 사장 ⓒKAI

KAI는 지난해 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드라이 런 수행을 위한 UAM 대역기 운용 및 기술 지원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도심항공교통(UAM) 실증시험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AI는 지금까지 항공기 개발과 생산 및 수출 등을 통해 쌓은 인프라를 활용하여 국내 환경에 알맞은 UAM 실증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KAI 관계자는 “이번 계약 외에도 KAI는 국내 독자기술로 AAV(미래형 항공기체)를 개발하기 위해 전기분산추진 등 투자 중”이라며 “2026년에는 UAM 실증비행을 할 수 있도록 개발 일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 착륙 등을 목표로 하는 발사체 개발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조달청은 2032년까지 2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AI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한항공 등과 입찰 경쟁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발사체는 비행과 공력 제어 등에서 항공기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기 개발 및 생산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KAI가 발사체 개발 사업에서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AI는 현재 발사체 총조립과 고난도 구조물 가공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KAI는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HW(하드웨어) 중심 기업에서 SW(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KAI는 2032년까지 R&D에 4조5천억원을 투자해 AI/SW 신기술을 내재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