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뷰] 황주호 한수원 사장,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 ‘온힘’… 실적 개선은 숙제
[CEO 뷰] 황주호 한수원 사장,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 ‘온힘’… 실적 개선은 숙제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3.11.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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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ㅣ 한국수력원자력

2022년 취임 당시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내년에도 이 같은 경영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막대한 적자 부담을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자회사들이 떠안게 되면서 실적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지난해 8월부터 한수원을 이끌게 된 황 사장은 취임사에서 "최상의 안전 수준으로 원전을 운영하겠다.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점 경영전략으로 ▲원자력 안전과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 ▲미래 성장 기반 강화 ▲친환경 에너지로 신성장동력 창출 ▲역동적인 혁신 성장 ▲국민과 따뜻한 동행 등을 주문했다.

■ 해외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 광폭행보

황 사장은 취임 직후 3조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 수주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수원이 주도한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사업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사업이다. 오는 2028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며, 한수원은 터빈 건물을 포함한 총 82개 건물 시공과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황 사장은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해외 원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민간발전사인 ZE PAK 및 폴란드국영전력공사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올해 5월에는 핀란드 국영 에너지기업 포툼과 북유럽 지역 신규원전 사업,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 및 사업화 등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6월에는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 원자력안전 및 방사성방호청, 원전 운영사 EPZ 등을 초청해 양국 간 분야별 기업 간 거래(B2B) 협력 회의를 진행하는 등 상호 협력과 인적교류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ㅣ 한수원출처 : S-저널(https://www.s-journal.co.kr)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ㅣ 한국수력원자력

지난달에는 루마니아와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 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 사업은 계속운전을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인프라 건설까지 포함한 총사업비는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발주사 EDUII에 사업 참여를 위한 최종 입찰서도 제출했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2029년 건설 착수,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최초 입찰서를 제출한 바 있다.

황 사장은 "발주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협상 과정을 거쳐 내년 말까지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라며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황 사장은 아시아 기업인 중 최초로 미국 전력연구소(EPRI) 이사회의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1973년 설립된 EPRI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UAE 등 전기사업자, 장비 제조업체, 기술 제공 업체, 정부기관 및 전력산업 이해관계자 등 1000개 이상의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 영업적자 지속..."전력 판매단가 현실화 해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7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5902억원을 거둔 이후 1년 만에 1조원 넘게 적자전환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는 16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성적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수원의 적자는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때 사용하는 정산조정계수를 낮게 책정한 점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한전은 전력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에서 연료비 변동비를 제외하고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한 가격으로 발전자회사의 전력을 구매한다. 정산조정계수가 낮게 적용될수록 한전이 발전자회사에 정산해 주는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SMP 자체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는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SMP는 지난해 말 kWh당 268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10월 137원까지 떨어졌다.

적자가 지속되자 한수원노동조합이 전력 판매단가 현실화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영두 한수원노조위원장은 지난 8월 열린 노조 창립 22주년 기념식에서 “한수원이 공급하는 전력 판매량은 전체 전력 판매량의 31.9%지만 판매 금액 비중은 11.9%에 그쳤다. 이는 타 전력원 대비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등 정부 국정과제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전력 판매단가 현실화와 인력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그간 한수원이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내 최대 규모 발전회사로서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노경이 머리를 맞대고 당면한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온 덕분”이라며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그리고 전력요금 결정 과정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변화의 과정에서 적어도 무탄소 에너지를 지향하는 한수원의 앞날은 밝다. 조합원 여러분이 우리 회사를 무대로 마음껏 꿈을 키우고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 황주호, 그는 누구?

황주호 사장은 1956년생으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온 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사장, 한국원자력학회장, 한수원 원전안전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과 함께 한수원 혁신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국내에서는 최초로 방사선 및 방사성폐기물 분야에서 해외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