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성 이재용 회장 "제겐 새로운 사명 많다"...1심 향방 주목 
[이슈+] 삼성 이재용 회장 "제겐 새로운 사명 많다"...1심 향방 주목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3.11.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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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ㅣMBC 방송화면 캡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한 가운데, 1심 판결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검찰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년 1월 26일이다.

■또 사법리스크 직면한 삼성...목 멘 이 회장 "제겐 새로운 사명 많다" 

삼성 측은 검찰의 예상보다 높은 구형량에 당혹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무거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1심 판결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의 구형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유죄 판결 시, 징역 3년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심 판결은 내년 초에 예정돼 있지만, 검찰과 삼성 양측의 항소 가능성을 감안하면 내년과 그 이후까지 '사법적 리스크'가 계속될 수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7일 오후 6시40분께 가진 최후 진술에서 "(삼성이)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합병과 관련해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고,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면서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합병의 주된 목적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 및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이처럼 예측 못 한 미래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것을 통해 회사의 지속적인 존속과 성장을 보장하고,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사 직원들, 그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제 목표였다"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직면한 방대한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에게 일자리 제공할 책무가 있다"며 "초일류 기업과 경쟁, 협업하며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하는 경영, 소액 주주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 관계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부디 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료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감정이 복받쳐오르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 회장은 "오랜 기간 재판받으면서 다른 피고인들에게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계 "5년 구형 과해...새로운 삼성 모색할 기회 줘야"

재계에서는 검찰의 구형량이 대해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혐의의 심각성과 국민적 인식을 고려했을 때, 과한 구형은 부적절하다는 것. 또 합병 비율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진 점 등을 감안할 때 검찰의 5년 구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삼성의 미래 전략과 내부 개편을 위해 이 회장에게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이 유죄로 판결될 경우 삼성의 핵심 투자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 대한 결정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한 재계 측 인사는 "이 사건을 통해 삼성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ㅣ삼성전자
지난달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ㅣ삼성전자

한편 이 회장의 혐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이 과정에서의 업무상 배임 △분식 회계에 관한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등으로 구분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합의했다. 제일모직의 23.2% 지분을 가졌던 이 회장은 이 합병을 통해 통합된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 합병을 강행하고 회계 부정과 부정 거래에 개입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으며,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합병 후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해 큰 규모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은 현재 병합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