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독과점 ①] 호출택시 절대강자 카카오택시, 고객도 정부도 모두 '뿔났다'
[카카오T 독과점 ①] 호출택시 절대강자 카카오택시, 고객도 정부도 모두 '뿔났다'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11.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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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화면 캡쳐

"요즘은 앱 호출 택시를 안 써본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워낙 간편하니까. 그리고 앱 호출 택시를 써본 사람들 중에 카카오T를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을 찾기는 더 힘들다."

택시 기사로 20년 넘게 일해온  A씨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이제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것은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됐다. 카카오T, 우티, 온다, 타다, 반반택시 등 선택의 폭도 넓다. 그러나 아무리 선택의 폭이 넓다 해도, '앱 호출 택시' 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카카오T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T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연이은 악재를 겪으며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쪽에는 ▲앱 호출 사업의 개척자 ▲혁신기업 ▲94%에 육박하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이라는 빛나는 이름이, 다른 한쪽에는 ▲자사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타사 가맹 택시 콜 차단 의혹 ▲수수료 20% 체계 ▲이중계약 구조라는 어두운 이름이 존재하는 것이다.

론칭 8년차인 카카오T는 어떤 방식으로 점유율 94%를 유지해왔나. 기사도 승객도 정부도 모두 카카오모빌리티에 '뿔난' 이유는 뭘까.

■'앱 호출 택시 절대 강자' 카카오모빌리티의 다른 얼굴

2015년 론칭된 카카오T는 '인터넷 불모지'에 가까웠던 택시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오랜 세월 굳건하게 다져온 오프라인 네트워크로 탄탄한 택시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온라인 세상과 연결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이미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카카오택시는 빠르게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선구자이자 혁신가였던 카카오T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카카오택시'는 앱으로 호출하는 택시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호출 택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카카오택시 불러"라고 말한다. 카카오T를 이용해 택시를 부르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앱을 이용해서 택시를 부르라는 뜻이다.

론칭 8년이 된 올해에도 카카오T의 점유율은 여전히 굳건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반호출 시장에서 카카오T의 점유율은 94%가 넘는다. 8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만큼 서비스 분야는 더 확장됐고, 더 세밀해졌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8년 동안 쌓인 부작용과 문제들도 산재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일부 시민단체들이 카카오모빌리티를 '갑질' 행위 의혹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경쟁업체들이 등장하면서 택시기사들이 카카오T 뿐 아니라 다른 경젱업체들에도 함께 가입해 여러 플랫폼을 통해 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자, 카카오T가 타사 플랫폼 가입 행위를 제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과 불공정 거래행위'를 했다는 것이 시민단체 측의 주장이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카카오T는 카카오T블루(가맹) 기사들에게 우티, 타다 등 타사 가맹택시를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된 택시들에게는 콜 주지 않는 '콜 차단' 행위를 시행했다.

지난 2021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독점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사진=참여연대) 

이러한 '타사 플랫폼 배제 행위'에 대한 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30일 공정위는 해당 행위에 대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카카오모빌리티에 전달했다. 

또 올해 2월에는 배차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T에는 수수료가 없는 '일반 호출'과 수수료가 붙는 '블루 호출'이 있고, 비가맹 택시는 일반 호출만을, 카카오T블루는 일반과 블루 호출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T블루 택시들에 우선적으로 콜을 넘겨 배차하는 식으로 '콜 몰아주기' 행위를 시행했다. 

타사를 배제하는 '콜 차단'에 이어 자사 비가맹·가맹 택시 사이에 차등을 두는 '콜 몰아주기'까지 잇달아 의혹이 터지며 카카오T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 행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마포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 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하자, 윤 대통령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리는 행위(...)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윤 대통령의 발언 3시간 만에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택시협회 등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밝히며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택시 수수료 문제 등을 하소연한 택시운전기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9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가 복잡한 체계로 되어있어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았다"며 "수수료 체계와 가맹택시 사업 구조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간담회 계획을 설명했다. 

■ 尹도 비판한 '20% 수수료'...카카오 "원점에서 재검토, 전면 개편할 것"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체계는 이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먼저 카카오모빌리티의 100% 자회사 KM솔루션이 법인·개인택시기사와 5년 단위 '가맹 계약'을 맺는다. 이때 월 매출액의 20%가 수수료로 나간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는 KM솔루션의 가맹 계약과는 별도로 '제휴 계약'을 맺는다. 법인·개인택시기사들은 데이터 제공, 브랜드 홍보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15%~17% 정도를 돌려받게 된다. 기사들이 실질적으로 내는 수수료는 월 매출액의 3~4% 수준이 되는 셈이다.

이런 기묘한 '이중계약' 구조는 계약 당사자인 기사들에게 복잡함을 초래하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처음부터 '매출액의 몇%'를 수수료로 수취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20% 수수료를 냈다가 다시 돌려받는 식으로 진행되는 정산구조가 이해가 안간다는 의견이 적지않았다. 또 이 러한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돌려받는 15~17%의 금액이 매출에 더해지면서 '실제 매출'과 '신고된 매출' 금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신고된 매출 금액이 실제 매출보다 높아지면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카카오T의 뒤를 잇는 2위 사업자 '우티'는 가맹 기사들에게 매출액의 2.5%(부가세 별도)를 정률로 수취한다. 이중계약 구조가 아니라 처음부터 '수익의 몇 %'를 정하고 시작하니 가입 기사들 입장에서는 훨씬 간단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또 우티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콜의 매출만 수수료 수취 대상으로 삼고, 타사콜이나 배회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에 대해서는 간섭하지도 않는다. 

물론 우티에서도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에 차이를 두고있다. 가맹전용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콜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하나 더 제공하고, 가맹 가입 시 발생하는 교육비, 갓등(택시표시등) 교체 및 외관 랩핑비 등 제반비용을 지원한다. 비가맹 택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맹택시에 혜택을 더 주는 것으로 둘 사이에 차이를 두고 있다. 우티 관계자는 "가맹 택시 기사님들께 더 다가가기 위해 매일 24시간 운행건당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회사 차원에서 가맹 택시에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우티 홈페이지 캡쳐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중계약'은 다른 방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사업의 회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중계약 구조를 이용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정밀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질적으로 수취하는 3~4%를 매출로 잡았어야 했음에도 KM솔루션과 카카오모빌리티의 계약을 서로 다른 계약으로 잡아 3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과대계상했다고 보고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에서는 "업무 제휴 계약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는 가맹 사업이 아니라 별개 사업 분야에 활용되므로 가맹 계약 내에 귀속될 수 없다"며 2개의 계약이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중계약 구조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4단체 간의 간담회는 오는 13일 비공개로 진행된다. 특히 꾸준히 문제가 된 택시수수료 문제에 대해 전면 개편 등 다양한 방향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직접 참석해 논의할 예정이며, 연내 의견 수렴을 완료하고 즉시 실행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일 간담회를 예고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 방식과 시스템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택시의 특수성을 감안해 저렴한 수수료 체계를 구체화 및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판을 받아온 가맹택시 사업구조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