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독과점 ③]'타다 퇴출' 이 불러온 카카오T 독주체제...국회와 정부, 책임없나
[카카오T 독과점 ③]'타다 퇴출' 이 불러온 카카오T 독주체제...국회와 정부, 책임없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3.11.1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앱시장 점유율이 95%에 육박하는 현 상황은 국내 개인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택시 기사들은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카카오T 앱 사용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또한 큰 부담이라고 주장한다. 또 가맹택시에게만 '유리한 콜'을 배치하는 등 독과점의 횡포에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오롯이 카카오만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과거에 택시기사들과 정부, 국회가 손잡고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시장진출을 차단시킴으로써 '카카오가 지배하는' 택시호출 시장의 왜곡현상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었을까'...자가당착의 택시업계

카카오T가 현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는 역설적으로 택시업계의 기여가 컸다. 택시업계는 외국 기업인 그랩과 우버의 국내 시장 진출에 강하게 저항했다. 특히 정치권의 지원을 받아 국내 서비스 '타다'의 시장 퇴출에도 일조했다. 택시업계 스스로 시장의 주도권을 카카오에 넘겨주며 현재의 독과점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ㅣ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지난 6월, 대법원은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운영진에 대한 무면허 택시영업 혐의를 무죄로 판결하며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타다 서비스를 자동차 대여사업의 범주 내로 인정하면서 3년7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욱 전 VCNC 대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의 누명을 벗게 됐다.

하지만 이미 '타다'는 기존 사업 모델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한때 '혁신'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타다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규제로 지난 2020년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당시 1만2000명이 넘는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타다는 대리 운전 및 가맹택시 서비스로의 사업 방향 전환을 시도했으나, 기대했던 반전은 없었다. 결국 2021년 10월 비바리퍼블리카가 타다 운영사인 VCNC 지분 60%를 매입하면서 토스에 인수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택시업계의 과거 강경일변도의 태도가 결국 카카오T 같은 서비스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당시에는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위기모면 차원이었겠지만 결국 자가당착의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T의 시장 독과점으로 인해 택시기사는 카카오 플랫폼에 종속되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하고, 소비자인 시민들도 상당수가 '카카오택시'만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20년 1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열린 '타다 금지법을 금지하라' 대담회에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ㅣ이서련기자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고한 사업자가 있어서 구도가 잘 안바뀌고 있는데 플랫폼 산업 자체가 네트워크 때문에 락인(Lock-In)이 된다고 해도 90% 이상의 점유율은 비정상적인 상황인 것 같다"며 "해외의 경우에는 우버가 선두주자로 뛰어들었는데도 경쟁앱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점유율이 이 정도로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쟁 부재' 방관하며 시장논리 무시...부메랑 맞은 국회·정부

택시업계 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국회와 정부가 경쟁이라는 '시장의 기본원칙'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카오가 시장의 '공룡'으로 성장했고, 결국 기사들과 플랫폼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자정작용을 하는 타(他)서비스가 존재했다면 이같은 카카오의 지위 남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재웅 전 대표는 타다 무죄 판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 앉혔다"며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꾸어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ㅣ국회 페이스북

이에 대해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비즈트리뷴과의 통화에서 "국가가 플랫폼 안에서 경쟁 체제를 만들어 줘야 되는데, 못하니 독과점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타다 같은 사태도 기존 택시업계에서 반대를 하니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아예 모두 막아버린 것이 시발점이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공항에는 항상 캡택시인 노란택시와 우버가 공존하며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고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서 "이처럼 시장은 자유롭게 두고 그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중재에 나서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 안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다른 경쟁이 나오지 못하면 결국 비용은 오르고 고객 만족도는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규제에 대한 패러다임이 선실행, 후규제로 바뀌어야 한다"며 "신규 서비스가 우선 시장에서 돌아가게끔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빌리티업계의 한 관계자도 "(모빌리티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 규제를 면제해주는 조항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조항들을 통해 후발주자들에게 규제를 풀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끝>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