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위기관리 역량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 속도
[CEO뷰]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위기관리 역량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 속도
  • 노이서
  • 승인 2023.10.27 1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ㅣNH농협금융지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ㅣNH농협금융지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위기 관리 역량을 여실히 드러내며 올해 역대 최고실적 달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사업과 디지털 사업 경쟁력도 강화해 ‘초일류 금융지주’로 도약하겠다던 새해 포부를 실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논란과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우려는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 농협금융을 금융지주 4위 자리로
이 회장이 취임한 뒤 지난 8개월 동안 농협금융지주는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상반기 당기순이익 기준 4대 금융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더 나아가 연간 최고실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출근하는 첫 날 “올해 많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 정신으로 적극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한 적 있다. 상반기 실적을 통해 이 회장의 위기 리스크 관리 능력이 증명된 셈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농지비 차감 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6.3% 증가한 1조7058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이자이익이 지난해 동기대비 감소했음에도 불구 비이자이익이 크게 개선되고 판매관리비가 감소한 수혜를 받았다.

이 회장이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 균형을 잡기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선 것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직속에 에셋전략부문을 신설했으며 이 조직을 통해 농협금융지주의 전체 총자산이익률과 유가증권 손익 등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취임 뒤 전사 비용을 줄여 조직 내실 다지기에 나선 가운데 현장경영을 통해 소통을 강화한 것 역시 실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농협금융지주의 상반기 일반관리비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4% 줄었다. 이 중에서 종업원관련비용은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금융지주 전반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해 리스크 요인별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건전성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글로벌 사업과 디지털 역량 강화, 미래 준비 분주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금융서비스를 한번이라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생활금융 생태계 구현, 미래형 금융서비스 선도하는 개방형 사업모델 완성 등 비전과 전략을 내재화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올 한해 동안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농협금융지주는 글로벌 사업에서 후발주자로 꼽힌다. 이 회장은 농협금융지주를 4대 금융지주로 올려 놓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6월 인도의 농협은행 노이다지점이 개점했다. 농협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해외 사업 당기순이익 3240억원, 해외 점포 13개국 28개 확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갖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베트남,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10개 국가에 22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신흥국에서 국내 농업금융전문 금융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현지화 작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농협금융지주는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열린 ‘2023 신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금융의 방향성과 중요성에 대해 임직원들과 공유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제1차 농협금융 DT 추진최고협의회’에서는 디지털 부문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주문했다.

특히 핵심 수익원인 농협은행의 디지털 플랫폼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20년부터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 등 디지털금융 시스템을 2025년까지 신기술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 아직도 낙하산 꼬리표…인사시스템 개선 필요 목소리 잠재워야
이 회장 정식 취임 뒤 10개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낙하산 논란이 따라붙고 있는 가운데 농협금융의 인사시스템 및 경영 승계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이른바 ‘윤핵관’으로 꼽혀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우려와 함께 취임했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반 정책 작업에 참여했고 당선인 특별고문으로도 활동했다. 당시 손병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갑작스레 좌절된 뒤 이 회장이 단독 회장 후보로 선임됐었다. 

최근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시 한번 이 회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의 추천과정과 관련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록을 열람한 결과 형식적 합법을 가장한 낙하산 인사임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농협금융지주 인사시스템 자체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타 금융지주는 차기 인사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리더 후보군을 업데이트하지만 농협금융지주는 후보군을 1명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깜깜한 경영 승계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협금융지주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군을 세우거나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투명한 인사시스템인 만큼 이 회장의 낙하산 논란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한편 이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섰다. 그 뒤로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으로 지내며 기획재정부 내 예산 전문가로 성장했다. 기재부 예산실장으로 지내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2차관으로 승진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 요직을 거쳐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위해 서울비전2030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영입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