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1년 ②] 반도체 회복부터 '신경영'까지… 산적한 과제
[이재용 회장 1년 ②] 반도체 회복부터 '신경영'까지… 산적한 과제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3.10.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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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이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음악회를 관람 후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ㅣ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지 1년, 많은 성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삼성 앞에는 헤쳐나가야 할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시장 불황이 겹치면서 사업 성적이 좋지 않은데다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적 이슈도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이다. 

■ 반도체 업황에 실적 부진… '현재 진행형' 재판도 부담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단연 주력인 반도체사업 부활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와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각각 6402억원, 668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95% 가량 급감하며 2009년 1분기 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공개된 3분기 잠정 영업이익(2조4000억원)은 상반기 대비 성장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7.9% 감소한 수치로 아직도 회복세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은 반도체 사업 둔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IT 수요 감소로 인한 '반도체 한파' 여파로, 메모리 가격은 급감하고 재고가 증가해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 강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겹치면서 반도체 산업 전체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선전이 핵심 과제로 언급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선두인 대만 TSMC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초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1.7%로, 56.4%인 TSMC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매출로 따지면 같은 분기 삼성전자는 32억3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 TSMC는 156억5600만달러(약 20조9000억원)로, 5배가량 차이가 난다. 매해 점차 격차가 좁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지가 높다.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ㅣ삼성전자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오른쪽)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ㅣ삼성전자

사법 리스크도 이 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회계 부정 지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에 기소돼 현재까지 4년째 재판 중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인 이 회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 재판마다 법정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 실제 이 회장은 취임한 작년 10월 27일에도 재판이 있어 직접 법정에 나섰고, 취임 1주년이 되는 27일에도 재판이 예정돼 있다. 현재 재판은 주간 1~2회 진행되고 있어 장기간 출장이나 일정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아직 진행 중인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판결 형량 뿐만 아니라 회장으로서의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인 이 회장이 부당 합병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등기임원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

 

■ '제2의 신경영' 돌파구 마련할까… 연말 인사 반영 관심

이 회장 취임 1주년과 함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서거 3주기(10월 25일)를 맞아 삼성은 '신경영' 정신을 새롭게 조명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및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이 선대회장의 뛰어난 리더십과 그의 경영 철학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다양한 국내외 학자들이 모여 삼성 신경영을 △기술 △전략 △인재 육성 △상생 경영 △미래 세대를 위한 경영 △신흥시장에서의 영향력 등 6가지 주요 테마로 분석하며, 신경영이 현대 비즈니스에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탐구했다.

삼성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ㅣ삼성전자
삼성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ㅣ삼성전자

이 선대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회사 전반 혁신을 주도,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바 있다. 현재 글로벌 경기의 불황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이 선대회장 경영철학을 기억하며 그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재도약을 위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은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이건희 선대회장의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한국기업의 창조적 혁신과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도 기념사에서 "기업이 가진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신경영 정신 재조명을 통해 한국 기업의 미래 준비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ㅣ삼성전자
지난 1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ㅣ삼성전자

이러한 '신경영 쇄신'이 연말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통상적으로 12월 초에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데, 올해도 예년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신경영 재조명과 반도체, 가전 부문에서의 실적 악화를 반영해 강도 높은 연말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투톱' 체제 지속 여부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조직의 문화나 전략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로 기조를 바꾸곤 한다"며 "삼성이 새로운 경영 철학을 펼치려 한다면, 이번 인사를 통해 그 방향성이 분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끝>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