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BNK 경남은행 직원, 알고보니 3천억 횡령... '최악의 금융 사고'
[이슈] BNK 경남은행 직원, 알고보니 3천억 횡령... '최악의 금융 사고'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3.09.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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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횡령사고 구조ㅣ금융감독원 제공

당초 500억원대로 알려졌던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의 규모가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경남은행 횡령사고 검사 결과, 투자금융부 직원 이모 씨가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역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중 최다 횡령액으로, 작년 우리은행 횡령 사고 규모(668억원)를 능가한다. 

■ 횡령 규모 총 2988억원... '금융권 발생 사고 중 역대 최대'

이 씨는 2012년 1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허위 대출을 취급(실행)하고 허위 대출금을 무단 개설한 계죄나 가족·지인 및 관련 법인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총 13회에 걸쳐 1,023억원을 횡령했다. 이 씨는 PF 대출 차주들이 대출 취급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에도 자금인출요청서 등 대출 서류를 위조해 거액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09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허위 서류 작성을 통해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빼돌렸다. 이 씨는 PF 대출 차주의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다른 차주의 대출계좌로 송금하거나 가족·지인 및 관련 법인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총 64회에 걸쳐 1,965억원을 횡령했다. 자신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시행사 대출 계좌로 송금한 경우도 있었다. 

이 씨는 횡령 자금을 골드바나 부동산 매입, 골프·피트니스 회원 구매,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 횡령 절차 및 문제점ㅣ금융감독원 제공

■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대출 취급하며 사후관리까지... 내부 통제기능 마비

거액의 횡령사고가 발생하기까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내부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사고 원인에 대해 "지주회사(BNK금융지주)의 자회사에 대한 위험관리 및 업무실태 점검 소솔 등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기능이 미작동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경부터 PF 대출이 급증하며 관련 업무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의 PF 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사관리 측면에서 직무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도 지적됐다. 이 씨는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동시에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했다. 또한 경남은행은 장기 근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명령 휴가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사후점검 면에서도 경남은행은 이 씨가 장기간 대출 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 서류를 작성하기까지 문서관리의 적정 여부 등을 감사 대상으로 삼지 않거나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감사를 진행하더라도 부실하게 감사하여 장기간 횡령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횡령 사실 이후의 대응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BNK금융지주 및 경남은행은 올 4월 초 이 씨와 관련한 금융사고 정황을 인지했으나, 경남은행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조사를 이유로 금융당국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으며, BNK금융지주도 7월 말경이 되어서야 자체검사에 착수해 초기대응이 지연됐다. 

금감원은 "횡령 금액의 사용처를 추가 확인하고, 확인된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경남은행 손실 규모 595억원... '순손실액은 190억원으로 추정'

PF 횡령의 총 규모 2,988억원은 돌려막기 등에 사용된 전체 규모로 경남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595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수 가능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남 은행의 순손실액은 19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595억원의 손실액 중 105억원은 올해 이슈 발생 이전에 이미 부실 발생에 따라 상각처리된 특수채권으로서 이를 제외 시 490억원 정도가 이번 사건의 손실 규모"라며 "BNK금융측은 이미 공시를 통해 이를 2022년 실적에 소급 적용해 490억원(세후 360억원)을 손실로 반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 외에 2023년 2분기 실적에도 100억원(세후 75억원)을 손실 처리했는데 이는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등을 대비해 우발채무를 인식한 것"이라며, "지난해 실적에 손실 처리한 490억원 중 약 300억원은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찰에서 골드바 등 현금성자산을 약 150억원 정도 확보했고, 은행측에서도 부동산·회원권 등 은닉자산 약 150억원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손실액은 2022년 및 2023년 2분기 실적에 소급 반영했고, 회수 예상액 300억원은 앞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점에서 관련 이슈에 따른 실적 관련 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횡령 사건 여파를 염려한 자금 조달 규모의 확대로 경남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문제는 올해 들어 큰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그룹 NIM이 3분기에도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며, "특히 경남은행은 3분기 NIM이 10b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횡령 사건 발생에 따라 자금 이탈을 걱정한 경남은행측이 조달 규모를 크게 확대하면서 8월 이후 NIM이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경남은행 횡령 관련 회수 예상액이 연내 반영될 지 여부가 관건이겠지만 올해 추정 순익은 7,860억원으로 8,000억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