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일제 감사...정작 후속조치는 "솜방망이"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일제 감사...정작 후속조치는 "솜방망이"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9.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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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회계 절차에 부당 수의 계약까지...부정행위 만연
-소상공인연합, 40억원 부정 사용했는데 조치는 '주의 통보'
지난 6월 4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YTN뉴스화면캡쳐)

윤석열 정부가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에 대한 부정·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된 부정행위에 대한 각 부처의 후속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 총괄 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최근 3년간 지급된 9조 900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중 1만 2133개 민간 단체의 6158개 사업에 지급된 6조 8000억원이 감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감사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횡령, 리베이트 수수, 사적 사용, 서류조작 등 최근 3년에 걸쳐 민간 단체의 국고 보조금 부정·비리 정황이 밝혀진 건수가 무려 1869건, 금액은 314억 규모에 달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이번 일제 감사결과를 토대로 강력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며, "부정·비리 정황이 적발된 사업에 대해서는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의뢰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후속조치 자료에 따르면 감사를 통해 적발된 부정·비리 정황의 상당수가 '주의 통보', '경고 통보', '개선 통보' 등을 받으며 가벼운 처벌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의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 감사 결과 및 후속조치 자료에 따르면 116건의 적발 사항 가운데 79건에 대해 '개선 통보', '주의 통보', '주의' 등의 후속조치가 이루어졌다. 전체 적발 건수 가운데 약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이처럼 가벼운 후속조치를 받은 건들의 부정 사용 금액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주의 통보'를 받고 넘어간 건들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의 부정 사용 금액은 약 40억원에 달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20~2021년의 기간 동안 인건비, 여비, 용역비, 업무추진비, 일반수용비 등을 비목 구분 없이 기타운영비로 집행했고, 2022년에는 행사 식대비를 임차비로, 행사 용역비를 일반수용비로 집행하는 등 회계 처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천만원 이하의 경우에만 수의계약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연합회 자체 지침에 따라 '3천만원 이하의 계약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명시해 4건의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이 금액이 1억 2400만원에 달한다.

'벤처기업일자리지원사업'의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은 벤처기업협회와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의 부정 사용 금액도 16억 3000만원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모두 비목에 맞지 않거나 계획에 없는 회계 집행, 분할을 통한 수의 계약 체결 등의 부정 행위 정황으로 드러났고, 해당 적발 건수 6건은 모두 주의 통보, 경고 통보를 받았다.

국회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부정·비리 행위를 저지르면 이것이 예산 삭감으로 이어져 오히려 애꿎은 구성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통해 부정·비리 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부정수급이 다수 적발된 부처의 보조금 예산을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대책을 내놓으며 내년 보조금 예산을 최소 5000억원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와 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을 띤 보조금들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지시한 가운데, 각종 부정·비리 정황이 감사로 드러난 데 대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