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진돗개 보존하려 직접 뛰었다...남다른 '동물 사랑' 재조명
故 이건희 회장, 진돗개 보존하려 직접 뛰었다...남다른 '동물 사랑' 재조명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9.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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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진돗개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 (사진=삼성)

삼성의 안내견 사업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애견'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일,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은 삼성의 ▲진돗개 순종 보존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애견문화 전파 등으로 이어지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선대회장의 '애견' 일화 가운데서 특히 유명한 것은 한국 진돗개 순종을 보존하기 위해 기울였던 갖은 노력들이다.

이 선대회장은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여러 종류의 개를 키워보면서 우리나라 토종견인 진돗개가 세계의 다른 품종견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지는 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는 진돗개의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그 우수성과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점을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건희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뛰어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활동에도 나섰다.

먼저 이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경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고, 10여 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어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놓기도 했다.

2005년 크러프츠 도그쇼에 출품된 진돗개. (사진=삼성)

또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1982년 진돗개는 '세계견종협회'에 당당히 한국을 원산지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또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데 성공했다. 켄넬클럽에 등록되면서 진돗개가 세계에 널리 알려졌고, 이는 국내 애견 문화 저변 확대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88올림픽 당시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논란이 되었을 때,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은 서울로 초청해 이 선대회장이 기르는 개를 보여주고 애완견 연구센터 등에 데리고 가 한국 '애견 문화'를 보여준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 선대회장의 남다른 '개 사랑'은 삼성의 애견 사업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1992년 용인시에 견사를 마련하고 1995년에는 에버랜드 내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1993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학교도 열며 사회 공헌 사업에 힘쓰기도 했다. 또 2003년 세계 애견 대회에 진돗개를 출품해 '한국의 진돗개'를 세계 애견인들에게 인식시켰고, 2005년에는 국재인명구조견협회 심포지엄을 한국에서 열며 한국의 애견 문화를 국내외로 확산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노력은 국제적으로 '개를 먹는 나라'로 알려졌던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