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 현재와 미래-下] '국내 유일' 올리브영을 잡아라 
[H&B 현재와 미래-下] '국내 유일' 올리브영을 잡아라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3.09.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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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1위 올리브영…온라인 강화에도 '집중'

올리브영 강남 타운 매장 앞이 쇼핑객들로 붐비는 모습ㅣCJ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 강남 타운 매장 앞이 쇼핑객들로 붐비는 모습ㅣCJ올리브영 제공

국내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시장은 사실상 올리브영의 독주체제로 굳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뷰티 소비 경향이 온라인 구매 위주로 바뀌면서 온라인 H&B 업계 1위 자리를 건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마케팅리서치업체 칸타 월드패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성소비자의 화장품 구매액 비중은 오프라인 51%, 온라인 49%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을 통한 화장품 구매액이 더 커질 가능성도 크다. 구매액이 아닌 구매량을 따져 보면 이미 올해 1분기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화장품 구매량이 오프라인을 근소한 차이로 뛰어넘었다.

화장품 소비의 절반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오프라인 점유율 1위 올리브영도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온라인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전체 매출(2조7809억원)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은 24.5%로 2019년 10.6%에서 크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3월 ‘통신판매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올리브영은 쿠팡, 네이버처럼 판매자를 온라인몰에 입점시켜 상품 중개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도심형 물류 거점(MFC)을 늘려 올리브영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고도화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자사 모바일 앱에서 '라이브관'을 통해 올리브영 자체 라이브커머스인 '올영라이브'의 편성 정보와 예고편, 다시보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커머스부터 로드샵까지…'H&B 스토어화' 노린다

쿠팡의 뷰티 버추얼스토어 전경.ㅣ쿠팡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유통 채널이 급성장 하면서 쿠팡과 네이버 쇼핑의 화장품 구매액 점유율은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현재 화장품 온라인 시장에선 쿠팡, 네이버쇼핑, 올리브영의 ‘3자 구도’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컬리와 배달의민족 등 빠른 배송이라는 강점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까지 뷰티 사업 확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울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쿠팡은 2021년 뷰티 데이터랩 출범 이후 그해 인기 화장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뷰티 어워즈’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화장품 판매량을 끌어올린 쿠팡은 올 하반기부터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선보여 고급화 전략에도 나섰다. ‘로켓럭셔리’에는 에스티로더, 맥,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헤라, 록시땅 등 총 16개 국내외 인기 명품 브랜드가 입점했다. 올리브영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반면 쿠팡은 오프라인 뷰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쿠팡은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성수동 쎈느에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매장을 운영했다. 오프라인 고객 참여형 체험 행사를 통해 화장품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 행사에는 사흘간 1만여명이 다녀가는 등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새벽배송'으로 이름을 알린 컬리는 지난해 11월 화장품 버티컬 서비스 ‘뷰티 컬리’를 론핑하고 매스티지(명품의 대중화)급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 특히 블랙핑크의 제니를 모델로 기용해 단숨에 인지도를 끌어올려 오픈 9개월 만에 누적 구매자 수 300만명, 주문건수 400만건을 기록했다. 올 초엔 글로벌 뷰티기업 로레알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20~30분 내 화장품을 배달해주는 ‘뷰티케어 셀렉트샵’을 파일럿 테스트하며 뷰티시장 공략에 나섰다. 참여 브랜드는 현재 클리오, 달바, 구달, 헉슬리, SW19 등 총 19개이며 최대 63%의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SSG닷컴은 2020년 2월 뷰티 전문관 ‘먼데이문’을 론칭했다. 디올·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인기 명품 브랜드가 입점된 먼데이문의 지난 3년간 뷰티 상품 누적 판매 상품수는 1700만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4월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오픈한 롯데몰은 현재 100개가 넘는 명품 뷰티 브랜드들을 유치했다. 온앤더뷰티의 전용 멤버십 ‘온앤더뷰티 클럽’ 회원 수는 론칭 이후 지금까지 10배 이상 늘었고 매출도 전년 대비 20% 이상 급등했다. 두 업체 모두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명품 화장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리브영을 긴장시키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미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체가 상품 다양화를 통해 H&B 스토어와 같은 판매 전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주간 전 지점에서 H&B 상품을 최대 80% 할인하는 ‘뷰티플렉스’를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H&B 부문 3개팀(Health, 퍼스널케어, 홈케어)의 상품군을 모아 뷰티 상품 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 위생용품 등을 폭 넓게 제공했다. 

지난 7월 LG생활건강은 이달 406개의 화장품 가맹점주들에게 기존 계약 구조를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관련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계약 구조를 변경하면 경영주들은 LG생활건강의 제품 뿐 아니라 H&B 스토어나 편집숍처럼 타사 제품도 함께 취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직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중인 단계인 만큼 가맹사업 철수가 확정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뷰티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기업은 다름아닌 다이소다. 다이소는 지난해 4월 네이처리퍼블릭이 론칭한 전용 브랜드 ‘식물원’ 입점 이후 애경·클리오·입큰 등 뷰티 브랜드와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기초부터 색조까지 뷰티 상품군을 확대했다. 1000~5000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으로 중견 뷰티 브랜드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뷰티 카테고리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70%가량 급증했으며 기초화장품은 약 90%, 색조화장품은 약 50%의 증가율을 보였다.

■ 뷰티업계 전망, 앞으로도 '맑음'…경쟁은 더 치열해질 듯

이처럼 유통기업들이 뷰티 카테고리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과 발전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온라인 유통업계의 화장품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다. 이는 식품(2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세다. 

화장품은 물류 비용이 비교적 낮고 신선식품이나 부피가 큰 의류에 비해 유통이 까다롭지 않다. 또 화장품은 소비자들의 구매 주기가 빠른 고마진 상품군에 속한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코로나 앤데믹' 영향으로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진 소비자들의 색조 화장품 구매 욕구도 그 어느때보다 높은 시기다. 

증권가 역시 화장품 업계의 호실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사들의 실적 기대치가 긍정적으로 예측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소비하는 품목 중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 카테고리가 바로 화장품이기 때문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화장품 브랜드 유통으로 유명한 헬스앤뷰티(H&B) 채널, 예를 들면 올리브영이 외래 관광객 증가에 수혜를 받는 대표 채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리브영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7% 증가했는데 하반기 매출 상향 기조가 감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7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96만명으로 2019년 동월(145만명)보다 66%가량 회복됐다.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10월부터는 관광객 수가 더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리브영의 자리를 노리는 이커머스 등 유통 업계의 뷰티 사업 확장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비즈트리뷴=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