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위스키·벤츠까지 파는 편의점...'유통 대장주' 될까
1억 위스키·벤츠까지 파는 편의점...'유통 대장주' 될까
  • 권재윤 기자
  • 승인 2023.09.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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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편의점 업계가 이색적인 상품들을 내놓으며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들과 고물가를 의식한 가성비 제품을 고루 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고급 주류부터 외제차, 여행상품, 생활가전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편의점계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즈트리뷴 제공=)
GS25어플에서 판매 중인 '고든앤맥패일 프라이빗 컬렉션 밀튼 1949' 

■ 누가누가 더 비싸나...프리미엄 주류 경쟁

GS25는 추석을 맞아 편의점 역대 최고가 주류 상품인 1억원대 위스키를 선보인다. '고든앤맥패일 프라이빗 컬렉션 밀튼 1949'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인 ‘밀튼’에서 증류된 역사적인 위스키로 알려져 있다. 180병 한정 생산돼 희소성이 높으며, 국내에 있는 2병 중 1병을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GS25는 최고급 주류로 꼽히는 '고든앤맥패일 프라이빗 컬렉션 롱몬1966'(2150만원)과 ‘샤또 페트뤼스 2012’(1099만 9000원), ‘맥켈란 31년 던컨테일러 옥타브’(990만원) 등을 함께 선보이며 이번 추석 명절 상품의 하이엔드 주류 라인업을 선보였다. 

CU는 '글렌그란트 60년산(700ml)'을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다. 해당 제품은 영국 훈장을 받은 전설적인 위스키 마스터 디스틸러 ‘데니스 말콤’의 60년 경력을 기념하여 전 세계에 360병만 한정 제작된 상품으로, 가격은 3400만원이다. 세븐일레븐은 프랑스 희귀 와인 세트인 '프랑스 레어와인 세트'를 추석 특별 상품으로 내놨다. 9종 세트로 가격은 2천 2백만원이다. 

편의점 업계가 이색 상품 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주류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류 분야가 소비자의 니즈 변화를 크게 체감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과거 집 앞에서 간편하게 맥주나 소주를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고가의 와인이나 위스키를 소비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화했다"며 소비자의 편의점에 대한 니즈가 변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보편적인 가격의 주류에 대한 소비도 크지만, 더 비싸고 희귀한 주류를 소개해야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고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 역시 "작년 명절에 주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며 이번 프리미엄 주류 상품 출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GS25 l GS25

■ 여행·외제차·가전까지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

이색 상품 출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대 12일을 쉴 수 있는 추석 황금연휴 기간을 맞아, 업계에서는 가족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여행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GS25는 사이판 월드리조트 숙박권, 제주 살기 등의 여행 프로그램을 내놨다. 점포에 방문하면 카탈로그를 통해 상품을 안내받을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노랑풍선과 제휴해 일본, 괌, 울릉도, 제주도 등 다양한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1천원에 노랑풍선 할인코드를 구매하면 노랑풍선 여행 사이트에서 할인코드 입력 후 3% 추가 할인을 받는 방식이다.

세븐일레븐은 외제차 판매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벤츠, BMW 등 고급 외제차의 구매, 리스, 장기렌트 상품을 최대 20% 할인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에서 최종 차량 구매 시 50만원 상당의 추가 혜택도 제공한다. 이마트24에서는 리클라이너, 가정용 방음 노래방 박스, 로봇청소기, 자동 전자 혈압계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생활 가전 상품을 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한편 업계는 고물가의 영향으로 실속 위주의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가성비 상품을 예년보다 더 많이 출시했다. GS25는 1~10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약 600종 이상 내놨으며, 농축수산물 중심의 식품부터 전자기기 등 비식품까지 다양하다. CU 역시 10만원 이하 선물 구성을 예년보다 20종 가량 늘렸다고 밝혔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판매된 선물 세트의 가격대별 매출 구성비에서 10만원 이하는 87.3%로 압도적이었다"고 언급하며 가성비 세트 확대 배경에 대해 밝혔다.  

■ 유통 대장주로의 도약

편의점이 명절을 맞아 분야를 불문하고 수백종의 상품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유통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 있다. 불황으로 인해 마트·백화점의 매출은 주춤한 모양새지만, 편의점은 가성비를 내세워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월 전체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6.6%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은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매출 비중은 마트를 추월해 백화점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상반기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백화점이 17.6%, 편의점이 16.6%, 대형마트가 13.3%를 차지했다. 

편의점계는 '마트보다 더 가까이, 더 다양하게, 더 싸게'를 내세워 새로운 '다목적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는 편의점이 마트보다 가깝지만 상품의 수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편의점은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PB상품과 신선식품의 확대로 마트 못지않은 상품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통신사 할인과 같은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 더불어 분야를 불문한 이색 상품들을 출시해 세분화 된 유통 채널을 통합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어플을 통한 예약, 배송 등의 서비스는 편의점 업계의 온라인 커머스로의 확장성도 암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계가 유통업계의 흐름을 이끄는 대장주 격"이라며 "유통 업계에서 편의점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소비자에 반응하는 채널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의점은 소비자에게 가장 밀접한 채널임은 물론, 독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편의점이 점차 다목적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 =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