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 현재와 미래-上] '독자생존' 올리브영의 무기는?
[H&B 현재와 미래-上] '독자생존' 올리브영의 무기는?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3.08.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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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 전성시대"

CJ올리브영은 국내 2조원대 규모의 국내 H&B(Health &  Beauty)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지난해 11월 H&B 시장에서 철수했고,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도 100여개의 가두점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는 롯데마트 내 12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이에 반해 CJ올리브영의 전국 매장수는 연일 증가추세다. CJ올리브영은 10년전( 2014년)  417개에서 지난해 말 1289개로 급증했다. 치열했던 H&B시장에서 사실상 CJ올리브영이  마지막 승자가 된 형국이다. 

이같은 올리브영 독자생존의 비결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1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달성하며 ‘퀀텀점프’에 성공한 올리브영은 성장 비결로 △상품 큐레이션 능력 △신진 브랜드 발굴 기능 △옴니채널 가속화 △K뷰티 수출 강화 등을 꼽았다. 이 중 상품 큐레이션 능력이 바로 새로운 상품군을 발굴해 유행을 선도하는 것을 말한다.

■ 올리브영 新동력은 '이너뷰티'…2025년 시장 규모 2조원 예상

올리브영 이너뷰티 캠페인 ㅣCJ올리브영 제공

상품 큐레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너뷰티다. 최근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이너뷰티(Inner Beauty)'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뷰티업계는 물론, 국내 유일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도 이너뷰티에 집중하고 있다.

이너뷰티는 내면(inner)과 아름다움(beauty)의 합성어로 몸 속부터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즉, 바르는 화장품에서 더 나아가 섭취를 통해 건강하고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가꾼다는 것이다. 지난달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9년 7000억원대였던 국내 이너뷰티 시장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2025년에는 이너뷰티 시장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이너뷰티를 꼽은 올리브영은 지난달 '올리브영 이너뷰티 캠페인'을 진행했다. 행사에 참가한 주요 브랜드는 △바이탈뷰티 △니드인 △티젠 △비브리브 등이다. 이달 올리브영 이너뷰티 제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1% 가량 증가했다. 2분기 전체로 봐도 이너뷰티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8% 늘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이너뷰티가 기존에는 피부 관리를 돕는 ‘먹는 화장품’ 정도로만 여겨졌다면, 이제는 일상 속 건강 관리를 돕는 보조 식품과 간식류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집 앞에서 즐기는 '스몰 럭셔리'…브랜드 화장품도 올리브영에서

올리브영 프리미엄 화장품 전문관 럭스에디트(Luxe Edit)ㅣCJ올리브영 제공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스몰 럭셔리'다.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진 못해도 10~20만원 수준의 비교적 저가 사치품을 소비하며 스스로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특히 스몰 럭셔리는 화장품과 향수 등 뷰티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올리브영은 지난달 ‘럭스에디트(Luxe Edit)’라는 이름의 온라인몰 프리미엄 화장품 전문관을 선보였다. ‘럭스에디트’에서는 7개 신규 브랜드를 포함해 34개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전국 주요 대형 매장에서는 프리미엄 화장품을 한 데 모은 ‘럭스에디트’ 특화존도 운영한다.

올리브영 프리미엄 화장품 매출은 최근 2년간 연평균 36%씩 꾸준히 성장해 왔다.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프리미엄 화장품 판매 사업을 확장한 효과로 풀이된다. 올리브영은 기초, 색조 뿐 아니라 헤어, 향수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화장품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는 신규 브랜드 발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MZ 세대를 겨냥해 올리브영만의 색깔로 프리미엄 뷰티 트렌드를 소개할 것”이라며 “정통 프리미엄 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트렌디한 인디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럭스에디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헬스와 뷰티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로…주류부터 생활용품까지

서울시내 한 올리브영 매장의 주류판매대에서 고객이 술을 고르고 있다.ㅣCJ올리브영 제공
서울시내 한 올리브영 매장 주류판매대에서 고객이 술을 고르고 있다.ㅣCJ올리브영 제공

전국 1300개 매장에 멀티브랜드숍(MBS) 시스템을 구축한 올리브영은 이를 토대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연계를 강화하는 ‘옴니채널’을 구축했다. 이같은 전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옴니채널 구축에 힘입어 2019년 10.6% 수준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은 2020년(17.9%) 상승세를 탔고 지난해 24.5%까지 늘었다. 

올리브영은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건강과 미용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갖는 MZ세대들의 니즈를 반영해 △스킨케어 △향수·디퓨저 △네일 △구강·건강용품 △건강식품 △푸드 △라이프·홈 △반려동물 등 카테코리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CJ ENM의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디플롯(D.PLOT)’을 인수하며 가구, 주방, 인테리어 등으로 판매 품목을 다양화했다. 락앤락 등이 입점해 있는 올리브영 서울대입구중앙점은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컨셉으로 운영돼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는 사업 목적에 ‘주류 제조업 및 도소매업’을 추가하며 주류 판매를 본격화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홈술(집에서 즐기는 술)이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방역조치가 해제된 지금까지도 이같은 주류 소비 방식은 이어지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0월부터는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의 RTD(Ready To Drink)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상품은 하드셀처와 소용량 와인 등으로 1인 가구를 겨냥해 차별화를 뒀다.

올리브영이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라이프 겨냥 카테고리는 ‘W케어’다. W케어는 ‘우리(We), 여성(Woman), 웰니스(Wellness)’의 의미를 담아 유망한 신진 브랜드와 상품을 발굴해 육성하고 있는 새로운 카테고리다. 이는 월경 솔루션을 위한 △W밸런스 △W클렌징 △W러브 △W웨어로 구성됐다.

올리브영의 경영성과는 지주사 CJ의 효자노릇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CJ 전체 실적은 대체로 부진하지만 올리브영의 '실적 서프라이즈'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CJ ENM 적자전환, CJ 제일제당 31.7% 감소 등 자회사 실적부진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면서도 "올리브영이 비상장사이고 상장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CJ 주가에 올리브영 호실적이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리브영 점포수 증가로 오프라인 및 순방문자 수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온라인 매출의 동반 상승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H&B 부문에서 올리브영의 국내 독보적인 경쟁력이 입증되며,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즈트리뷴=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