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두산의 변신은 무죄"...박정원號, 미래시장에 '아낌없이 다 준다'
[CEO뷰] "두산의 변신은 무죄"...박정원號, 미래시장에 '아낌없이 다 준다'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8.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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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그룹이 전기차, 수소 등 신사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그룹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두산은 전자BG라는 기존 사업군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전통적 기업의 정체성과 함께,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로봇, 반도체 등 각광받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두산의 역사를 새로 쓰고있다. 특히 3조원 규모의 채무 상환이 끝나고 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차세대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결단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배터리소재부품 등 성장성이 보장된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보장된 미래먹거리, 전기차...PFC·배터리 리사이클 등 사업성 크다 판단 

박 회장은 반도체 후공정과 협동로봇 등에 이어 주목도가 높아진 전기차 배터리 분야로 사업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일, 두산은 전기차 소재 PFC(Patterned Flat Cable)가 일본, 유럽, 북미 등에서 누적 수주액 5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하이정에 PEC 생산라인을 구축해 양산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2배 이상 확대하기 위한 공장 증설도 준비 중이다.

PFC는 전기차 배터리 단위인 셀을 연결하는 소재로, 배터리 외에도 도어, 시트, 루프 케이블 등의 무게와 부피를 8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30% 이상 무거운 만큼.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의 경량화는 업계 전반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만큼, 두산은 PFC의 사업성이 크다고 판단해 하루 빨리 양산체제를 갖추고 생산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 성능을 개선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패턴플랫케이블이 최적대안으로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파트너사들과 견고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일본, 유럽, 북미 등에서 수주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자재를 추출해 배터리 소재로 다시 활용하는 '배터리 리사이클' 분야는 최근 미래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오는 2040년까지 폐전기차가 4000만대에 이를 것이라 전망되면서, 주요 배터리 기업과 소재, 에너지 기업들은 잇달아 폐배터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상황이다.

두산도 발빠르게 해당 사업에 뛰어들며 한 자리를 차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배터리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 설립을 결정하고, 원료 공급사들과 협력해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1년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자체개발한 만큼, 기술 선점이 가능해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수소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수소 밸류체인' 구축 힘써

두산은 탄소절감이 글로벌 과제로 부상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커져가는 수소 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두산은 지난 2014년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하이엑시엄을 세웠고, 이후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엑시엄은 발전용 연료전지 등 수소 관련 기술 및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두산의 미국 자회사다.

지난달 5일 두산은 하이엑시엄 지분 13%에 대한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1억 5000만 달러를 확보하겠다고 공시했다. 하이엑시엄은 확보한 자금을 시설자금, 연구개발 투자, 기타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두산의 다른 자회사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두산퓨얼셀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모두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와 청정수소 생산 등, 수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아울러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햐면서, 지난달 31일 첫 국산 발전용 가스터빈으로 지은 김포열병합발전소의 상업 운전에 들어간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소 시험에 성공했으며, 국책과제로 50% 수소 혼소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면서 수소 생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박정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가 잘 준비돼 있다는 사실에 자신을 갖고 미래 선점의 기회를 찾자”며 “우리가 일찌감치 뛰어든 SMR에 대한 전망이 밝고수소 분야에서 생산-유통-활용 전반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우리만큼 모두 갖춘 곳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대규모 투자 등 역량을 집중해 신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두산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한 영업이익 5120억원을 거두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과 두산의 '자신감'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