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건설사 2분기 성적표 보니…해외사업· 사고에서 희비 엇갈려
[분석]건설사 2분기 성적표 보니…해외사업· 사고에서 희비 엇갈려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3.07.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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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주요 건설사 실적이 잇따라 발표된 가운데, 해외 사업과 사고 등에 따라 성적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특히 대형 해외 수주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건설사는 실적 개선 보인 반면, 붕괴사고 등으로 몸살을 겪을 건설사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성적을 발표한 주요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이다.

■ 해외서 수주잔고 채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웃었다

대만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 예상 조감도ㅣ삼성물산 제공
대만 아오지디 복합개발 프로젝트 예상 조감도ㅣ삼성물산 제공

2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들은 올 2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가 하면 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을 150% 이상 끌어올렸다.

우선 삼성물산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0조5860억원, 영업이익 77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이 38.9% 증가했다. 삼성물산의 약 34%를 차지하는 건설 부문은 대만 복합개발과 미국 반도체공장 사업 등 수주에 성공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건설 부문 신규 수주는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국내 주택 및 대만 등 해외 수주로 연간 수주 가이던스인 13조8000억원을 상회한 14조4000억원(하이테크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며 "창사 이래 연간 기준 최대 수주 실적이었던 17조원(하이테크 10조9000억원) 초과 달성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2236억원, 매출 7조163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4%, 28.4% 증가한 것으로 역대 분기 최대 기록 경신이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종료를 불과 며칠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Amiral) 프로젝트 등 대형 해외 수주를 체결했다.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을 전년보다 38.7% 오른 5718억원을 달성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신공장 등 그룹사 발주 공사도 이번 매출 급증에 크게 기여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견조한 수주 기대된다"며 "해외 주요 프로젝트로는 사우디 자프라 2단계(20억달러), 파드힐리 가스(45억달러), 네옴터널(10억달러), 옥사곤 항만(10억달러)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GTX-C, 새만금 공항, 신한울 3,4호기, 여의도 한양아파트 등의 수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2분기 매출 3조 2714억원, 영업이익 21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34%, 영업이익 152% 증가한 규모다. 대우건설은 주택건축사업부문에서 2조 1161억원, 토목사업부문 5957억원, 플랜트사업부문 4333억원, 기타연결종속부문 1263억원 등 사업부문 전반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토목사업부문의 이라크 알 포(Al Faw), 플랜트사업부문의 나이지리아 LNG(액화천연가스) 트레인7 등에서 각각 매출이 본격화하며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수의계약 베이스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해외수주 달성률과 비주택부문 GPM이 모두 높은 모습"이라며 "국내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해외부문에서의 강점을 지닌 대우건설의 주가는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붕괴사고 여파...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고전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조사결과ㅣ국토부 제공

이번 상반기에는 잇따른 아파트 붕괴사고로 '부실 시공' 논란 등 신뢰성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따라 올해 붕괴사고를 겪은 건설사들은 재시공 비용 등으로 영업손실이 늘어나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 비용을 반영하면서 255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파트 재시공 관련 손실 5500억원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950억 원이다. 손실액 5500억원에는 아파트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 관련 비용 등이 포함됐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검단 아파트 사태를 감안해도 GS건설 주가의 최근 하락 폭은 벨류에이션을 고려하면 과도했다"며 "다만, 8월 예고되어 있는 검단 아파트 사고에 대한 국토부의 처분과, 83개현장의 전수 조사 결과 발표라는 두 가지 변수가 주가 상승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겪으며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3.1%, 88.6% 줄었다. 매출액은 9336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 이후 유병규 대표가 직접 조합 측에 자필 편지를 전달하는 등 신뢰성 회복에 전력을 쏟았다. 그러나 붕괴 사고를 겪은 아파트의 ‘부분철거를 결정하며 '전면 철거'를 주장하는 입주예정자들과의 관련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속되는 건설경기 둔화와 자재를 비롯한 하도급 원가 상승분의 영향과 진행 현장의 상승 예상분에 대해서도 선반영해 원가율이 높아졌다”며 “최근 분양 사업지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 공급과 더불어 진행 현장의 설계변경을 통한 원가율 개선이 예상되어 하반기 실적 회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택시장 침체 여전...수익성 개선해야

DL이앤씨 사옥 전경ㅣDL이앤씨 제공

비교적 국내 주택 사업에 집중한 건설사들은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침체가 지속되고 공사비와 원자재값 등이 인상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DL이앤씨의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은 71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6.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DL이앤씨의 매출은 약 70%가 국내 주택에서 나오는 구조다. 김기룡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택 착공 실적(별도)은 1087세대로 연간 가이던스(9094세대) 대비 달성률이 12% 수준에 그쳤다"며 "자회사 DL건설의 주택 착공 역시 상반기 공백 이후 하반기에 보다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보다 4% 늘어난 2조591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56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중대재해 제로 달성을 위한 특별안전투자비용을 늘렸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친환경 건설로 원가가 추가로 투입됐다"면서 "안전 최우선 경영기조를 바탕으로 친환경 신사업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부실에 따른 리스크 현실화가 진행 중"이라며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하반기 금융업, 주택건설업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