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보험 회계기준 변경, 숨겨진 얼굴 경계해야
[이슈+] 보험 회계기준 변경, 숨겨진 얼굴 경계해야
  • 이지현 기자
  • 승인 2023.07.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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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각사 로고 

2023년 새 회계제도 IFRS17 시행 이후 보험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부풀리기 등 새 회계제도와 관련한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계기준 변경이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도 경계해야하는 주장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본부장은 칼럼을 통해 "보험사들이 엄청난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를 시현했는데, 어떤 마법(Magic)이 일어난 것일까"라고 자문(自問)한 뒤 "다수 보험사가 최대한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하여 손익을 인식했고, 그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이익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향후 10년 후 보험사발 대란(大亂)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IFRS17 시행 초기 너나 할 것 없이 이익을 부풀렸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성이 저하되고 나중에는 집단적으로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IFRS17 시행...'현금주의'서 '발생주의' 변경이 특징

24일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는 올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의 특징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IFRS17의 주요 특징으로 보험부채 측정을 기존의 원가 기준에서 현재가치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과 보험수익 인식을 기존의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변경하는 것을 꼽았다.

IFRS17은 시행되기까지 많은 진통도 겪었다. IFRS17 시행시기는 당초 2021년 시행될 계획이었으나 많은 국가에서 연기를 요청해 2년이 지난 올해 시행되게 됐다.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하는데, 고금리 계약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는 저금리로 시가평가를 하게 되면 보험부채가 크게 증가하여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게 되는 점이 우려됐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보고서는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 부채가 수십조원 증가하여 대형사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라는 언론사 보도가 나와 금융당국이 해명보도자료를 발표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IFRS17 시행을 둘러싼 보험사의 사업환경은 2022년을 전후하여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중금리가 크게 상승한 것이 그 변화다.

■ "보험사, 금융당국, 신용평가사 서로 소통해 제도정착시기 앞당겨야"

새 회계제도 도입 후 첫 분기 실적은 놀라웠다. 2023년 1분기 어닝 시즌(Earning Season)은 IFRS17 시행 이후 첫 실적발표라는 점에서 보험사가 내놓은 성적표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고 보험사는 엄청난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를 시현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17개사 중 7개사의 2023년 1분기 순이익이 2022년 전체 순이익보다 많았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통화긴축 강화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높아져 보험사의 사업환경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발표된 실적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원칙주의’에 기반을 둔 IFRS17이 보험사에게 회계처리의 자율성을 많이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수 보험사가 최대한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하여 손익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본부장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순이익 증가는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은 것"이라며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나 결국 손실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며 "IFRS17 시행 초기 대규모 이익을 인식한 보험사는 향후 미래에 인식하게 될 이익은 그만큼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IFRS17 시행 초기 너나 할 것 없이 이익을 부풀렸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성이 저하되고 나중에는 집단적으로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2011년 K-IFRS 전면 도입 때 경험했던 혼란과 적응의 기억은 이러한 분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는 시간이 답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시장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규율을 찾아낼 것"이라며 "보험사, 금융당국, 신용평가사는 서로 소통하며 새 회계기준의 정착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