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대주주가 맡긴 기금, 회사 수익 아냐"...SK브로드밴드 1심 승소
法 "대주주가 맡긴 기금, 회사 수익 아냐"...SK브로드밴드 1심 승소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7.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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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목적을 위해 100억원의 기금을 받은 SK브로드밴드 측이 순자산 증가 거래로 보고 법인세 수십억을 부과한 세무당국에 불복소송을 낸 1심에서 이겼다. 법원이 대주주에게 위탁받아 관리하던 기금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권순열)는 SK브로드밴드가 동수원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25억여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 처분 등 취소소송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태광그룹 계열사였던 티브로드는 2017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운영 및 지원을 위한 공동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금 100억원을 기부받았다. 티브로드는 이 중 38억여원을 중소 PP에 지원했고 2019년 이 전 회장과 합의해 양해각서를 해지한 뒤 미사용 기금 약 62억원을 이 전 회장에게 반환했다.

이듬해 티브로드에 대한 법인세 통합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은 기부금 100억원과 그 이자수입을 티브로드의 익금(회사의 순자산을 증가시킨 거래로 생긴 수익)으로 산입해야 한다고 보고 25억여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또 티브로드가 이 전 회장에게 반환한 돈은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소득금액 변동 통지도 했다.

이에 2020년 티브로드를 흡수합병한 SK브로드밴드는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기부금 100억은 티브로드의 익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티브로드와 이 전 회장의 거래는 중소PP에 대한 지원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가 이를 관리 및 처분하는 법률관계였다. 즉 신탁 또는 그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 비전형계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여를 숨기기 위해 형식적으로 거래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티브로드가 양해각서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기금을 중소 PP 등을 위해 지출했고,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티브로드 자산으로 회계처리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억원을 익금으로 전제한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소득금액변동통지나 동수원세무서장의 2017년 법인세 부과 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