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뉴 챕터', "포니 정신 계승해 전동화 탑티어 기업으로 도약"
정의선의 '뉴 챕터', "포니 정신 계승해 전동화 탑티어 기업으로 도약"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3.07.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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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ㅣ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ㅣ현대차그룹 제공

산업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승계 후 3년 정도는 지나야 안정적인 거버넌스가 구축된다고 말한다.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산업계 안팎에서 안정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 2020년 10월 14일에 취임한 정 회장은 '포니 정신'으로 대표되는 57년의 전통과 역사를 강조하며 전동화 전환 추진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 부문에서 쌓아올린 기술과 명성을 바탕으로 전동차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선도차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탄탄한 실적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 모색"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자릿수 점유율을 보이며 견고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6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3조6,089억원으로 전망된다. 기아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조9,8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2위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1·2위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량 증가가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684만대를 판매하여 도요타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판매량 3위 자리에 올랐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누적 판매량은 365만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 이상 증가해 견고한 판매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1~5월에 21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중국 제외)에서 테슬라,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에 이어 4위 자리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보다 1.9% 성장한 것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중국 제외)에서 10.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56년의 정신적·경험적 자산 계승...'신생 업체와의 차별점'

56년 역사를 지닌 현대차는 '포니 정신'으로 대표되는 고유한 기업 전통과 정신을 강조하며 테슬라 등 신생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달 쿠페 콘셉트카를 복원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모빌리티에 특화된 당사의 창립 및 성장 사례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대자동차만의 고유한 DNA가 됐다”며 “’포니’라는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정신적·경험적 자산은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1940년부터 정비소를 운영했고, 현대차그룹의 뿌리인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했다. 처음엔 해외 선진 업체와 제휴를 맺고 부품을 공수 받아 자동차를 생산했다. 정 선대회장은 1967년 현대자동차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넷째 동생인 정세영 회장을 대표이사로 정하고 미국 포드(Ford)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포드 코티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73년부터는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 개발에 착수했고 현대차 설립 후 10년이 되지 않은 1976년 현대 포니를 출시했다. 포니를 초석으로 현대차는 다양한 라인업을 강화해갔다. 1998년에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현대차의 최초 독자 모델 포니는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국내 자동차의 전후방 산업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을 제공했다. 

현대차 최초 독자 모델 '포니 쿠페(왼쪽)'와 포니 쿠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포니 쿠페 콘셉트카(오른쪽)'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선대 회장에서부터 정세영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으로 이어진 기업 고유의 정신적 자산을 계승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이탈리아 레이크 꼬모에서 열린 ‘현대차 리유니온’ 행사에서 “현대차 역사가 이제 50년이 됐다.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해야 방향성도 잡을 수 있다”며 “우리 내부에서도 노력했었다는 좋은 기억들이 필요한 것 같다. 정주영 선대 회장님,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있듯 과거의 좋은 기억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새롭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선대 회장님의 인본주의 철학과 명예 회장님께서 강조하신 품질과 기본으로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서 사람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리더십',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 강화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모빌리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세계적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트렌드'에서 정 회장을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모터트렌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50인을 공개하고 그중 1위로 정 회장을 선정했다. 선정 이유에 대해 모터트렌드지는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며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정 회장과 그의 비전, 위대한 기업이 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견조한 실적 위에서 중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과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2년까지 10년간 총 35조8,000억 원을 전동화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수소,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로보틱스,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 추진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전기차 판매 200만대라는 구체적 목표도 수립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내연기관 공장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이렇듯 내연 기관차의 강점을 활용하는 전략은 전통적 완성차 업체로서 현대차가 가지는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남양연구소에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하는 등 배터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정 회장은 과거의 성취를 토대로 기업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구축할지에 대한 고민을 종종 드러냈다. 정 회장은 한 행사장에서 "인공 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ㅣ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ㅣ현대차그룹 제공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 확보 등은 남은 과제

정의선 회장은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 확보 등에 있어서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중장기 전략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정 회장은 2020년 취임 당시’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우리가 함께 꿈꾸는 미지의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5년 모든 차량을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로 전환하겠다는 전략과 관련해서는 '차량 관제 시스템(FMS)'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FMS는 차량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향후 SDV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DV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 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 회장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도 직접 챙기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한 기술의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 부문에서도 선도자 역할을 하기 위해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를 핵심 사업으로 두고 수소 관련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한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수소차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탄소중립 추세에 따라 수소 관련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경쟁력도 그만큼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타난다. 

현대차는 수소 생산부터 수소차 판매까지의 생태계를 구축해 수소차 부문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충전 시설 부족 등 인프라 부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수소차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미래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레익슬립에 위치한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팹24에서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왼쪽 첫번째), 앤 마리 홈즈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왼쪽 세번째), 닐 필립 인텔 팹24 운영 총괄 부사장(왼쪽 네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ㅣ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레익슬립에 위치한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팹24에서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왼쪽 첫번째), 앤 마리 홈즈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왼쪽 세번째), 닐 필립 인텔 팹24 운영 총괄 부사장(왼쪽 네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ㅣ현대차그룹 제공

[비즈트리뷴=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