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현대차, 전동화에 방점 찍은 중장기 전략 발표...증권가에서는?
[분석] 현대차, 전동화에 방점 찍은 중장기 전략 발표...증권가에서는?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6.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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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0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새로운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조원을 토자해 전동화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2030년 전기차 부문의 수익성을 10%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를 도입하고 전기차 생산 역량 강화 및 전 영역 밸류체인 구축 등 세 가지 전략을 골자로 하여 눈에 띄게 성장 중인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 뿐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구현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재 미래차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무인 로보택시와 항공 모빌리티 등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이와함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친환경을 놓치지 않겠다는 현대차의 비전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내연기관차-전기차 '혼류 생산', 장기 경쟁력에 부정적...'투 트랙 전략'으로 상쇄?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기차 판매 목표를 2030년 200만대 판매로 상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시했던 수치보다 각각 10만대, 13만대 늘어난 2026년 94만대, 2030년 200만대로 제시했다. 전기차 판매비중을 올해 8% 수준에서 2026년은 18%, 2030년은 34%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 계획의 핵심은 기존에 존재하는 내연기관차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규 건설하는 방안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울산과 아산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혼류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는 현대차는 미국, 체코, 인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전기차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발맞춰 향후 추가로 라인을 전환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라인의 전기차 라인 전환'이라는 현대차의 전략이 지금까지 내연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레거시 OEM'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존 내연기관차 라인의 전환은 투자 비용이 적고 짧은 시간 내 가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단기적 우위에 불과하다"며, "내연기관 생산 설비 전환은 전기차 전용 공장 대비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혼류 생산 확대를 통한 생산량 증대는 장기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드 아메리카(HMGMA)'와 2025년 양산 예정인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등, 전기차 전용 라인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내놓은 전략이 '투 트랙 전략'인 만큼, 혼류 생산 전략이 내포하고 있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할 것"...투자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 업체로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역량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생산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들과 배터리 합작 법인을 만들고 있으며, 소재 수급부터 설계와 제조, 관리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분야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현재 남양연구소에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해 배터리 시스템, 셀 설계, 배터리 안전 신뢰성 및 성능개발, 차세대 배터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내년까지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 시설을 확충해 신차에 들어갈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현대차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는 전기차를 넘어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는 중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또, 통합모듈러아키텍쳐(IMA)의 도입을 통해 전기차 개발 단계에서의 체계 혁신을 시도할 방침이다. 지금 플랫폼 중심 개발 체계에서는 같은 플랫폼을 쓰는 차종끼리만 부품 공용화가 가능하지만, IMA가 도입되면 차급에 상관없이 86개 공용 모듈 시스템 조합을 통해 차종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또 현재 현대차가 사용하고 있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의 뒤를 이어 2세대 플랫폼을 개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UV 차급 중심인 현재 플랫폼과 달리 2세대 플랫폼은 모든 차급을 아우를 수 있을 만큼 범용성이 높다. 

배터리 밸류체인과 IMA, 2세대 플랫폼 등 전동화에 대한 현대차의 야심이 드러나는 전략이며, 이에 걸맞게 전동화 부문에 대한 투자도 집중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배터리 밸류 체인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배터리 제조사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에 방점을 두었을 뿐, 배터리 자체 개발 등에 대한 특이 사항은 없었다"며 "포드 등 완성차 업체가 100% 배터리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매우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배터리 업스트림과 관련해 투자 확대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전동차 관련 투자 금액은 주로 배터리 합작법인과 충전 부분, 관심을 모았던 광물 소재에 대한 투자는 기존 규모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배터리 투자 관련,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보다는 공급망 관리, 미래 모빌리티 산업(로봇/자율주행/UAM 등)에 사용될 다양한 배터리에 대한 기술 개발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