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화분
[포토에세이] 화분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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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욱
사진=박상욱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찍었습니다.
햇살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식물들이 앙증맞습니다.
가수 알렉스가 부른 《화분》이라는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난 그대 작은 창가에 화분이 될게요

아무 말 못해도 말할 수 없어도

가끔 그대의 미소와 손길을 받으며

잠든 그대 얼굴 한없이 볼 수 있겠죠” 

화초나 나무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원예를 분재라고 합니다.
작은 화분에 흙을 채우고 바람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둡니다.
물을 주어 생장을 돕고 가지치기로 모양을 유지합니다.
오래 된 뿌리는 잘라내거나 다듬고 접붙이기를 하는 등 식물이 환경에 맞춰 자라는 성향을 극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화분에 심었다고 모두가 분재가 되는 건 아닙니다.
나무가 자연스럽고 거기에 인간의 창작성이 가미됨으로써 작아도 웅장한 느낌과 예술적 아름다움이 드러나야 진정한 분재라고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분재는 회화나 조각처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뤄지기도 합니다. 

또 분재는 식물의 아름다움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봤을 때 대자연이 그려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연상되고 그 운치와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작은 화분 안에 오묘한 자연의 운치를 담아내는 것이 분재의 본질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분재가 취미였던 장인 덕에 나도 화분 몇 개를 분양 받아 집에서 몇년 동안 키운 적 있었습니다.
장인은 화분을 나눠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물주기 3년, 분갈이 3년, 가지치기 3년을 포함해 보통 10년은 키워야 분재에 대해 조금 눈을 뜨게 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자연은 모두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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