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김치가 글로벌 음식이 못되는 이유
[생각다이어리] 김치가 글로벌 음식이 못되는 이유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4.13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식당에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웬만하면 반찬이 다 공짜라는 점입니다.
김치가 맛있다며 몇 번씩 주문해도 군말 없이 더 가져다 줍니다.
김치 뿐 아니라 밑반찬류는 거의 무한 제공에 가깝습니다. ​

불고기, 비빔밥과 함께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김치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대단합니다.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약간 현지화한 기무치(キムチ)가 인기이지만 진짜 우리 김치는 일본에서 만든 것보다 훨씬 비싸게 팔립니다. ​

일본의 식당에선 기본으로 나오는 찬 외에 추가로 반찬을 주문하면 돈을 받습니다.
삼겹살집에 가도 김치 한 접시마다 비용을 내야 합니다. 일이천원도 아니고 배추김치는 1만원이 넘는 집도 있습니다.
재료가 특별히 비싼 것도 아니고 임대료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어서도 아닙니다.
제대로 만든 음식에 값을 치르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

실제로 김치를 담궈 본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마늘값은 그렇다 쳐도 고춧가루와 제대로 된 젓갈 값만 해도 김치 한 포기에 몇 천원은 들어갑니다.
그러면 식당에서 당연히 공짜로 주는 김치를 생각해 봅시다. 식당은 양념을 어디서 거저 얻어오나요.
이윤을 줄이거나 아니면 어디서 수상한(?) 김치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식당 입장에서 당장 밥값과 김칫값을 따로 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한 식당이 추가로 주문하는 김치에 대해서는 돈을 받겠다고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고 결국 두 손 들고 포기했다는 보도를 본 적 있습니다. ​

식당을 찾는 소비자 입장에선 손해일지 모르지만 나는 추가로 주문하는 반찬에 대해서는 정당한 값을 매기는 게 맞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김치가 진정한 글로벌한 음식이 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어쩌면 공짜로 주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우리 스스로 김치에 대한 ‘몸값’을 제대로 쳐줘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김치는 이제 우리 품을 떠났는지도 모릅니다.
애지중지하는 딸자식도 시집 보내려면 품에서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김치에 대한 우리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김치는 꼭 한국식이어야 한다는 기준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뉴욕에서 인기있는 김치는 ‘모모후쿠’라는 일본식 이름을 쓰는 퓨전식당에서 파는 겁니다.
깍두기와 김치가 서양식 요리법에 융화되어 전혀 다른 얼굴로 접시에 담겨 팔립니다.
세계인들이 김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김치를 대하는 우리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
신형범 칼럼리스트
goodman@biztribune.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