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경계
[포토에세이] 경계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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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욱
사진=박상욱

3월 날씨가 널을 뛰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 낮 기온은 22.8도로 기상 관측 이래 3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반면 오늘 아침 기온은 -2도까지 떨어져 손질해서 집어넣었던 겨울 옷을 다시 꺼내야 할 판입니다. 이쯤 되면 겨울과 봄의 경계가 어딘지 흐릿해집니다. ​

사전적으로 경계는 ‘사물이 어떤 기준에 의해 분간되는 한계’를 말합니다. 강이나 산처럼 땅과 땅을 구분하는 물리적 경계도 있고 사진처럼 물과 풀과 꽃이 그림 같은 경계를 이루며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경제용어 중에 ‘빅블러(Big Blur)’라는 게 있습니다. 디지털경제 시대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IT와 레저 등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전자제품이면서 숙박시설이기도 합니다. ​

그러고 보니 원인과 결과의 이치에 따라 일상 속에서 부딪치는 모든 일이 경계에 포함됩니다. 나를 중심으로 봤을 때 생활하며 맞닥뜨리는 모든 일과 환경이 다 경계입니다. 가령, 소비자와 생산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고용자와 노동자 같은 구분까지. ​

경계는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정부는 최근 일본 강제징용 피해배상안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고 일본 전범기업들은 배상이나 사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너진 경계는 혼란을 일으킵니다. ​

많은 분야에서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절대 흐트러져서는 안 될 경계까지 무너지고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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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man@biztribune.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