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젊은 꼰대가 더하다
[생각다이어리] 젊은 꼰대가 더하다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3.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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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잡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IT회사들이 몰려 있는 ‘판교’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합친 말로 20대와 30대 초반에 스타트업으로 크게 성공한 젊은이를 말합니다. 그 중에는 ‘판교꼰대잡스’도 있습니다. ‘판교잡스’들 중에는 50대 60대보다 인생관이 더 확고하고 남의 말을 안 듣는 사람을 가끔 봅니다.
그 나이에 인생관이 어쩌면 저렇게 확고할까, 싶어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나이 든 꼰대들은 꼰대 소리 듣기 싫어서 노력이라도 하는데 이들은 아예 귀를 막고 삽니다.
젊은꼰대의 특징 중 하나는 과도할 정도로 서열에 집착한다는 겁니다. 본인은 윗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를 중심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을 판단합니다.
또 자기 생각은 언제나 합리적입니다. 그 생각의 바탕에는 ‘젊기 때문’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질문을 잘 안 한다는 점도 있습니다. 디지털사회가 되면서 선배나 윗사람에게 질문할 필요가 없고 실제로도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지식은 인터넷에서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생각처럼 지식은 이제 도처에 널려 있고 누구라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식이 많다는 건 경쟁력이 아닙니다. 지식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 건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질문하고 질문을 받아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자신만의 규칙과 규범으로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7시 전에 출근해야 일을 제대로 한다는 믿음 같은 겁니다.
자기 생활습관이 성공의 이유이고 진리라는 믿음 때문인데 심지어 미신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7시 전, 신선한 아침에 좋은 기운을 받아야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같은.
우연의 일치로 성공을 얻게 되면 그게 행동의 원칙이 돼버리는 거지요.
그 원칙을 어기면 나쁜 사람, 무능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본질을 보지 않고 자기 도그마에 빠지는 것도 젊은꼰대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그러면 젊거나 나이를 먹었거나 ‘꼰대짓’ 하지 않으면서 지혜롭게 관계 맺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박사는 ‘성공은 기술하고 실패는 설명하라’고 충고합니다.
성공한 경험은 감정을 빼고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설명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나’를 빼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신 실패 경험을 말할 때는 ‘나’를 넣어서 말하라는 겁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반대로 합니다. 성공 얘기할 땐 ‘나’를 강조하고 실패를 설명할 땐 상황을 탓합니다.
그러면 성공은 자랑이 되고 실패는 변명이 됩니다. 아무도 듣지 않지요. 

또 언제부턴가 ‘나 때는 말이야’를 금기어처럼 여기는데 이 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나 때는’을 ‘우리 때는’으로 바꾸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나는 말이야’ ‘너희는 말이야’ 하는 비교하고 차별하고 비판하는 게 꼰대짓이 됩니다.
‘나’ 대신 ‘우리’라고 하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집니다.
결국 전하려는 메시지의 내용보다 그것을 전달하는 메신저의 태도가 ‘꼰대짓’을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
신형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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