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상위 1%, SKY만으론 부족해
[생각다이어리] 상위 1%, SKY만으론 부족해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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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대한 점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같은 걸 소비한다는 거다.
대통령도 콜라를 마시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콜라를 마시고 당신도 콜라를 마신다.” 


‘팝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앤디 워홀이 한 얘기입니다.
거의 50년 전에 한 말이라는데 일견 수긍하는 점이 있지만 그 때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 상위 100대 기업 임원 열 명 중 한 명은 아이비리그, 소위 명문대 출신입니다.
또 미국의 모든 상장기업 임원 중 하버드 출신이 10%가 넘습니다. ​

게다가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려면 명문 사립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수월합니다.
결국 ‘명문 사립고+아이비리그’ 공식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미국 대학이 다원화돼 있고 서열이 무너졌다 해도 이 공식은 ‘상위 1%’에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면 이 구도를 대한민국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서울대를 정점으로 피라미드구조가 공고하게 이뤄져 있습니다
 아이비리그에 해당되는 소위 'SKY'에 보내기 위해선 자식을 대치동 학원으로 보내야 유리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걸로 끝일까요. ​

요즘 상위 1%가 되기 위해선 SKY를 졸업하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소위 특수(?)한 목적을 지닌(차마 미국처럼 ‘명문’이라고는 못하겠다) – 과학고나 국제고, 외고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그들만의 SKY 그림’이 완성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요즘 SKY 학생들 사이에서 출신학교나 출진지에 따른 보이지 않는 차별을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

끼리끼리 집단을 만들고 자기들끼리 어울리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릅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이런 걸 ‘문화자본’으로 개념화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물려받은 계급과 배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속적인 문화적 취향인데 ‘그들만의 리그’에서 요구되는 조건은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장 외에도 많습니다.

그들은 먹고 마시는 것도 다릅니다. 일단 청소년기에 외국학교,하다못해 특목고라도 나와야 합니다.
최소 SKY에다 본인의 박사학위, 이왕이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것일수록 좋습니다.
장관이나 고위직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보면 조기유학이나 해외 대학에 진학한 자녀가 70%가 넘는 걸 보면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할까요. ​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부장으로 있다가 의대를 가기 위해 나이 마흔다섯에 수능시험을 다시 봤다는 어떤 사람을 보고(개인의 자유이고 선택은 존중하지만) 이게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 싶어 아침부터 넋두리를 늘어놓았습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
신형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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