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자 印尼 투자부 한국사무소 소장 "한-인니, 긴밀한 우정 기반한 전략적 파트너"
[인터뷰] 레자 印尼 투자부 한국사무소 소장 "한-인니, 긴밀한 우정 기반한 전략적 파트너"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6.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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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자 마와스타마 인도네시아 투자부 한국사무소 소장. (사진=BKPM)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곳저곳의 주목을 받으며 유독 바쁜 부서가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의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투자부(BKPM)'다.

2021년 4월, 투자청에서 투자부로의 승격은 해외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을 필두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결과, 2023년 현재 인도네시아는 '투자 기회에 대한 잠재성이 높은 국가'하면 반드시 꼽히는 나라가 됐다.

2일, 여의도 IFC빌딩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투자부 한국사무소를 찾아 레자  마와스타마(Reza Mawasthama) 소장을 만났다. 레자 소장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타나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여의도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레자 소장은 적극적인 자세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글로벌 투자의 각축장’ 된 인도네시아...막대한 천연자원을 무기로 투자유치 ‘활발’

레자 마와스타마 소장은 "투자청에서 투자부로 승격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업무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라는 농담과 함께 투자부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2014년 1월, IFC빌딩 15층에 개소한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 사무실은 당시 세계에서 7번째로 마련된 해외 사무소로, 한국 금융권의 중심지인 여의도 한복판에 개소한 후 다양한 투자 상담을 진행해왔다. 해당 사무소는 투자부로 승격된 후에도 위치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운영 중이다.

레자 소장이 꼽은 한국사무소의 주요 업무는 세 가지다. 첫째 한국-인도네시아간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홍보, 둘째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투자자들이 현지 기업과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다리 역할, 셋째 중앙정부-지방정부-유관 부처 간 연결 업무가 그것이다.

이에 더해 레자 소장은 "우리는 정책의 집행자일 뿐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입안의 주체자이기도 하다"며, "투자자들이 더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투자 목표를 늘리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레자 소장은 2020년부터 발효된 '옴니버스법'에 대해 언급하며, "인도네시아의 투자 환경은 외국 투자자와 기업에게 더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정부는 그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옴니버스법은 외국인 직접 투자의 확대를 주요 정부 정책으로 삼고 있는 조코위 정부가 발효한 법안이다. 79개에 달하는 기존 법률을 '옴니버스법'이라는 1개 법률로 간소화해 사업허가와 투자요건에 대한 편의성을 높였다. 해당 법안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인들의 투자 및 사업활동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인도네시아는 현재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투자의 각축장'이 됐다.

레자 소장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혜택들이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여러 산업 방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에 배터리 시스템 공장을 착공하며 이곳을 아세안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전동화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산업단지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기도 하다. 롯데케미칼도 인도네시아 자회사를 통해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라인(LIN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어마어마하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보유량 세계 1위에 해당하는 국가다. 최근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생태계 구축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에 쏠리는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니켈을 중심으로 한 다운스트림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자랑하는 한국 기업들은 '시의적절'하게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협력 확대의 기회가 늘어난 것을 발판 삼아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의 진출 및 투자를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31회 매경 인도네시아 포럼'에서 바흐릴 라하달리아 투자부 장관은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하지만 우수한 인적자원과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바흐릴 장관은 이에 더해 "인도네시아가 녹색 에너지와 녹색산업을 지향하는 다운스트림 천연 자원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하며 "경제적 변화의 맥락에서 다운스트림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레자 소장은 이 발언에 덧붙여,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올해 인도네시아의 투자 목표금액은 938억불이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의 투자국 5위 안에 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다짐의 뜻을 밝혔다. 또한 "한국은 최근 5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7번째로 큰 투자자였다. 하지만 그 투자의 약 80%가 자바섬에 집중된 상태"라며, "여기 있는 동안 자바섬 외 다른 지역으로 투자를 확장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60% 이상이 자바섬에 집중되어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레자 소장의 목표는 인도네시아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는 "예를 들어 파푸아나 술라웨시 지역도 충분한 자원 보유량을 자랑하니 광물 다운스트림 산업에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는 조금 다르지만...현지 문화 이해·포용 바란다”

레자 소장의 임기는 올해 2월부터 시작됐지만, 사실 그의 한국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맘 수유디 투자조정청 소장 밑에서 부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 후 인도네시아에서 투자부 장관의 비서직을 약 2년간 역임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투자부로 승격된 한국사무소의 소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레자 소장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의 문화와 상황을 이미 알고 있어, 적응 기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큰 메리트였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문화는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즐기고 있다"며, "한국 문화가 투자부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느 부분에서 차이를 느끼느냐는 질문에 레자 소장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라고 답했다. 기자가 공감을 표하자 그는 "인도네시아 문화는 상호 신뢰를 중요히 여기는 만큼, 좀더 시간이 필요한 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서로 다른 속도가 업무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빠른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싶어하는 한국 기업의 투자자 및 사업가들이 인도네시아 현지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레자 소장은 "인도네시아로 진출한지 1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한국 기업들이 철수하곤 한다"며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인도네시아에서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례들 때문에) 아직 인도네시아에 진출하지 않은 투자자들과 미팅할 때 현지의 문화를 좀더 이해해주고 친화적으로 대해주기를 바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문화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인 만큼, 한국 투자자들이 시간을 내 인도네시아 파트너들과 공식 및 비공식적으로 만나 케미스트리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문화에 대한 포용과 이해의 자세는 최근 외국으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필수 요소가 된 사회적 책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ESG가 모든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많은 기업들이 단순히 재무적 성과나 효율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공통과제로 삼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기업들이 진출해있는 만큼, 인도네시아 정부도 최근 친환경, 사회적 책임 등 ESG에 대한 관심을 높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레자 소장은 "사회적 책임은 단순히 이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 환경 보전, 빈곤퇴치, 소외계층의 포용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익은 베풀어야 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근로자의 자녀를 위한 장학금을 운용하거나, 공공건물을 건설하는 것 등을 '베푸는 이익'의 한 사례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기업의 여러 활동을 앞으로 더욱 확대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투자부 한국사무소는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올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비롯해 세미나, 포럼 등 행사를 통해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고객들에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레자 소장은 "안타까운 점은, 많은 기업들이 '우리는 규모가 작은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온다는 것이다. 투자부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고 싶은 모든 투자자들을 도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기관인 만큼 신뢰성은 보장된다, 365일 24시간 열려있으니 많이 이용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