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 맥주시장 평정하나
[CEO뷰]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 맥주시장 평정하나
  • 권재윤 기자
  • 승인 2023.05.24 2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을 앞두고 맥주시장 전쟁이 치열하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김인규 대표이사가 하이트진로의 선봉에 섰다. 하이트진로는 4년전 맥주 '테라'의 성공에 이어 지난 4월 '켈리'를 선보이며 맥주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테라와 켈리의 연합으로 맥주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계산이다. 

시장판도를 바꾼 두꺼비 마케팅 

김인규 대표는 서울 출생으로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후 30여년 동안 인사,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섭렵했다. 하이트맥주 영업본부 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특히 2014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실질적으로 회사경영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인규 대표의 지휘 아래 하이트진로는 2019년 '진로이즈백'과 두꺼비 캐릭터로 주류시장에서 혁신을 이끌어냈다. 2011년 진로와 합병한 하이트는 2019년 '진로 이즈백'을 출시하고 두꺼비 캐릭터 마케팅을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보편적인 소주의 초록병 대신 푸른병을 선택하고, 1970년대 진로의 소주 디자인을 복원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로고를 내놨다.

특히 진로의 상징인 두꺼비도 귀여운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새로 탄생한 두꺼비 캐릭터는 젊은층들에게 인기를 끌며 굿즈와 컬래버 상품 모두 완판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마케팅에 주류회사 최초로 팝업스토어도 도입했다. 두꺼비에 힘입어 진로이즈백은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을 파는 진기록을 세웠다. 눈여겨 볼 만한 점은 하이트진로의 기존 소주인 '참이슬'의 판매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로이즈백'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클래식한 참이슬과는 차별화하여 젊고 재밌는 이미지로 진로이즈백을 마케팅한 덕분에, 두 소주가 겹치지 않고 고유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진로이즈백 출시 이후 하이트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53%에서 2020년 60% 중반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을 앞세운 하이트진로는 2023년 1분기 기준 67%의 견고한 점유율을 보여주며, 20%대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롯데칠성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지난해 롯데칠성은 제로 슈거 열풍에 발맞춰 '새로'를 출시하며 진로하이트를 추격중이지만, 하이트진로 역시 '진로이즈백 제로슈거'를 선보이며 방어에 나섰다. 해외에서는 '소주의 세계화'라는 슬로건 아래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약 80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으며,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하이트진로 해외법인 총매출은 1421억원에서 2022년 2030억원으로 성장했다.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에서 맥주 신제품 '켈리'가 출고되는 모습 ㅣ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에서 맥주 신제품 '켈리'가 출고되는 모습 ㅣ 하이트진로

켈리의 등장, 맥주 1위도 잡을까

소주시장에 이어 맥주시장 1위도 차지할 수 있을까.

하이트진로는 맥주의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늘리며 시장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를 추격중이다. 2019년 3월에는 테라, 7월에는 필라이트 바이젠을 출시했고 그 뒤로 필라이트 라들러, 라들러 자몽 등을 연달아 출시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새로운 맥주 '켈리'를 등장시켰다. 카스와 진로이즈백으로 소주시장에서 투트랙 전략을 펼쳤던 것처럼 맥주시장에서도 동일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켈리는 출시 36일만에 100만 상자를 판매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김인규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자난 회사는 망하지 않지만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없는 회사는 망한다"는 지론을 이야기하며, 켈리로 인한 단기적인 지표 변화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치열한 맥주시장을 잠식하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증가는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여기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정용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오비맥주로 54.2%를,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40% 안팎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거센 공세에 맞서 오비맥주는 카스의 점유율을 더 높이는 전략과 함께 지난 3월 한맥을 리뉴얼해 내놓았다. 롯데칠성의 경우, 맥주브랜드 클라우드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예고고 있다.  

김인규대표의 '주류경영론'...100주년 앞둔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다. 식음료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업이다. 김인규 대표는 하이트진로가 100년간 장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꼽았다. 품질에서는 절대 뒤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창업주와 회장의 경영철학인 만큼, 품질을 무엇보다 중시해 소비자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또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전후로 소비자들의 주류 문화와 라이프 사이클이 많이 달라졌다. 큰 틀에서 경쟁자는 같은 주류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넷플릭스 스포츠 여행 영화 등 소비자가 술 대신 시간을 보내는 모든 것이 주류산업의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주류산업에서 대한민국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역설했다. 
 

[비즈트리뷴 =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