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제동'...이유는?
[이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제동'...이유는?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5.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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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 화면 캡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거대 항공사의 결합으로 인한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기까지 마지막 관문만이 남았다.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 경쟁당국 가운데 11개국이 이미 승인했고 현재 EU, 미국, 일본 3개국의 결정이 남아있다. 문제는 EU와 미국 측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순조롭던 기업 결합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EU, "시장 경쟁 제한 우려"...미국도 부정적 분위기

지난 1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중간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이어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서비스의 경쟁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하며 미국 법무부가 양사의 기업결합으로 미국행 중복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뉴욕, 호놀룰루 등 수요가 큰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만큼 여객, 화물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제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합병을 발표한 2020년 11월부터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조사 결과 양사의 합병 시 자국 항공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보도다. 또한 대한항공이 마이크로칩 등 핵심 상품의 화물 운송에 대한 통제권을 많이 보유하게 되면서 공급망 탄력성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EU와 미국이 잇따라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기업결합 승인 여부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외신보도와 관련,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송 제기의 가능성을 얘기한 것 뿐"이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유럽노선 운수권·슬롯 내주나...시정조치 방안은?

기업 결합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한국 내에서 영향력이 큰 대형 항공사인만큼, 경쟁 제한 및 독점에 대한 우려는 결합 과정을 밟기 시작한 초기부터 끊이지 않고 제기됐던 문제다.

EU의 중간 보고서가 통보된 이후 대한항공 측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미 영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했던 슬롯 17개 가운데 7개를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에 넘겼고, 중국에도 9개 슬롯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EU가 이번 중간 보고서를 통해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4개 노선에 대한 여객 운송 서비스 독점 우려를 제시한 만큼,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앞서 영국과 중국에 그랬던 것처럼 운수권과 슬롯을 내주는 시정조치 방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이 경우 국내 항공사가 아닌 외항사가 유럽 노선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대형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가 얼마 없고, 이에 더해 EU가 조건부 승인으로 시작된 심사인만큼 자국 항공사에 유리한 방향의 조치를 선호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대표적인 유럽 항공사들인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 등이 유럽 노선을 넘겨받을 유력한 외항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EU는 지난 2021년에도 캐나다와 스페인의 항공사 합병을 허가하지 않은 전적이 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캐나다와 스페인 중복 노선 해결책과 독점 문제를 해결한 방안을 내놓지 못해 끝내 합병을 철회한 상황이다.

EU가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양사의 기업 결합은 수포로 돌아간다. 현재 남은 3국 가운데 하나의 경쟁당국이라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합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EU 승인 및 남은 2개 국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