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창작시대, '아직은' 무법지대
[기자수첩] AI 창작시대, '아직은' 무법지대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5.18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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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티스트 커뮤니티 '아트스테이션'에 업로드된 AI 금지마크 그림들. (사진=Artstation 홈페이지 캡쳐)

"SKT의 AI는 어디에나 있다, AI to Everywhere"

요즘 TV나 광고판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SKT의 기업 캠페인 문구다. 그 말대로, SF소설에나 나오는 먼 미래의 단어 같았던 AI가 일상 속에 자리잡게 된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에게 날씨나 스케줄을 확인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AI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콘텐츠를 즐긴다. 편리하고 쉽고 신기한 세상이다.

그러나 AI가 'SF소설'의 영역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뜻밖의 부작용들이 속속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AI를 이용해 만들어낸 '창작물'의 저작권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AI를 기반으로 하는 창작 서비스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일명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양한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챗GPT가 바로 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글, 그림, 디자인, 음악에 이르기까지 창작물의 범위도 상상을 초월할만큼 넓다. 원하는 분위기, 키워드, 장르 등을 입력하면 순식간에 글과 이미지가 생성된다. 사람이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시간에, 훨씬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AI가 기능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학습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떄문에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그렇다면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졌나? 아니다. 그 데이터도 누군가의 창작물이다. 

특히 이미지 생성형 AI를 둘러싼 저작권 이슈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SNS나 커뮤니티의 발달로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손쉽게 인터넷 상에 공개할 수 있게 됐지만 그것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셀 수 없는 창작물들에는 모두 하나하나 저작권이 있다.

그렇다면 엄청난 양의 창작물들을 학습한 AI가 그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내놓은 창작물. 그것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AI가 학습한 데이터들의 창작자, 혹은 그런 결과값을 내놓도록 프롬프트를 작성한 AI 이용자, 그것도 아니면 그 정보들을 이리저리 조합한 AI 자신?(혹은 AI의 개발자?)

이런 문제 때문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들은 저작권 관련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어떤 기업은 AI를 학습시킨 데이터들이 모 사이트에 올라온 그림들이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원작자의 동의를 따로 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했다. 심지어 그 사이트가 불법으로 그림을 도용해 업로드하는 곳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그림이 AI 학습용 데이터로 사용되지 않기를 요구하며 AI 금지마크를 그려서 업로드하는 일종의 캠페인을 벌였다.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탓일까. 합의하고 규제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창작물인지 범위도 새롭게 정해야 하고, 이런 경우 저작권은 누가 가져야 하는지도 정해야 한다. AI에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범위도 정하고 그 원작자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비록 사람의 속도는 너무 느리고, 기술의 발전은 너무 빠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속도를 내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개발자도 이용자도 원작자도 마음 편히 서로의 영역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을 사람의 속도에 맞춰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이 힘을 내는 수밖에 없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