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현대판 대장간' 다시 활력 찾았다
[르포]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현대판 대장간' 다시 활력 찾았다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5.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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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 공장의 모습.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창원=하영건 기자] 현 정부가 원전 사업을 재개하면서 멈췄던 '신한울 3·4호기' 제작이 다시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탈원전 정책 폐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신한울 3·4호기 제작 재개가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신호탄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5일,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식과 함께 주요 사업 현장을 기자들에 공개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함께 현장을 찾은 두산 관계자는 본인도 4년만에 와보는 현장이라며, "오랜만의 행사라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웃었다.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은 전체 면적이 130만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축구장 660개 규모이자, 여의도의 1.5배 크기에 달한다.

이날 현장에서는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과 함께 증기발생기의 초기 제작 현장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쇳물을 녹여 만든 쇳덩어리를 1만 7000톤 규모의 프레스를 이용해 두드리는 단조 작업의 첫번째 공정을 공개한 것이다. 1200도에 달하는 거대한 쇳덩이는 용암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프레스가 이를 수차례 두드리며 거대한 소리를 냈다. 

찜질방처럼 뜨거운 공기가 가감없이 느껴지는 현장, 좀처럼 볼 수 없는 거대한 기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일종의 '현대판 대장간'이라고 할 수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단조 공장에서는 이처럼 국가 기간산업들에 사용되는 거대한 크기의 금속 부품을 만들고 있다. 

이날 사람들 앞에 선보인 단조 공정의 쇳덩어리는 신한울 3·4호기의 핵심 기기인 증기발생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단조공장을 뒤로 하고 찾은 원자력 공장은 다소 한산하고 적막해 마치 '작업을 멈춘 공장'처럼 보였다. 설명을 맡은 이동현 공장장은 "신한울 3·4호기 제작이 이제 막 시작됐으니, 지금은 아주 초기단계인 셈"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2025년도에는 다시 공장이 원자력 제품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지금은 단품 제작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제작 완료된 부품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풍력 2공장.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이날 둘러본 현장은 원자력 공장 외에도 풍력 공장, 가스터빈 공장 등이다.

늘 조립이 완성돼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만을 먼 발치서 봐왔던 기자에게, 풍력발전기의 주요 부품들이 해체되어 하나하나 놓여있는 장면을 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이다. 

이날 풍력 2공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발전기의 날개(블레이드)를 연결하는 '허브'와 허브 뒤에서 주요 컴포넌트를 모두 담고 있는 '너셀' 등이다. 모두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거대한 부품으로, 허브와 너셀을 합친 무게가 약 300톤에 달한다고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발전기를 주요 제품으로 삼아, 현재는 제주한림해상풍력단지에 들어갈 풍력기를 납품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 및 국산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신동규 풍력/서비스설계 담당 상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터빈 70%가 국산화고 나머지 단조품, 대형 주조품은 대부분 외국산이다. 국내 상용화 프로젝트가 많이 없어 투자가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동규 상무는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완전 국산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치욱 풍력생산 담당 상무도 "바람의 질이 유럽에 비해 좋지 못한 국내에서는 해외 제품보다 두산에너빌리티 제품이 더 좋은 효율을 보인다"며 "국내 프로젝트에 적합한 기자재를 갖춘 만큼 추가 수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터빈 공장. (사진=두산에너빌리티)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발전용 가스터빈 제작이 한창인 터빈 공장도 찾았다. 1개 가격이 중형차 한 대 정도인 블레이드를 480개 가까이 달고 있는 가스터빈도 왠만해서는 가까이서 볼 일이 없는 거대 부품 중 하나다. 

가스터빈은 현재 설계 국산화율 100%, 제작 국산화율 90%에 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고, 오는 7월부터는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상업 운전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상언 GT Center 담당 상무는 "국내 공급망을 통해 약 90%의 부품 공급이 이루어지는 만큼, 중소중견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과 함께 수소터빈 개발에도 힘쓰는 중이다. LNG를 연소하는 대신 수소를 연소하는 방식인 수소터빈은 탄소중립이 중요 화두가 된 현 시점에서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되어줄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소 시험에 성공했고, 현재는 국책 과제로 50% 수소 혼소 연소기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 개발 중이다.

이상언 상무는 "2027년에는 100퍼센트 수소 연소를 목표로 수소터빈을 개발하고 있다"며 "약 2년간의 실증기간을 거쳐 수소전소 터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