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준비된 ESG경영 소통가
[CEO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준비된 ESG경영 소통가
  • 류지수 기자
  • 승인 2023.05.0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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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하나금융그룹 제공

함영주 회장이 하나금융그룹 수장을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한 동안 김정태 전 회장이 남기고 간 3조원대 순이익 성적표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함 회장은 2022년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와 함께 하나금융을 리딩뱅크에 올려놓으면서 남다른 경영능력을 증명해내고 있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의 지휘 아래 4대 금융 중 견조한 순이익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배당성향이 27%에 달하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과 혈맹을 구축하고, 삼성전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금융과 IT가 융합된 디지털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행보도 주목된다. 

■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상생금융 집중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

취임 첫 해, 함 회장은 그룹 비전을 담은 슬로건을 새롭게 선보였다. 디지털 시대에서 금융 소외를 겪는 이가 없도록 발전된 금융 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상생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가치 창출을 약속했다. 

함 회장은 취임 후 새 비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지주사 기업문화 부문과 전략 부문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리더십센터 내 기업문화셀을 기업문화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은행장 시절부터 고수해왔던 영업현장 중심의 경영원칙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룹 내 디지털총괄 산하에 △디지털전략본부 △데이터본부 △ICT본부를 새로 조직해 전략적인 디지털 강화에 나섰다. 미래산업(메타버스·블록체인 등)에 대비해 그룹전략총괄 산하 신사업전략팀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지난 11월에는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맺고 ESG 스타트업 육성에 직간접적 투자 연계와 멘토링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 올해 3월에 파트너십을 맺은 삼성전자와는 블록체인·NFT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논의를 통해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꾸려갈 예정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가 이뤄야 할 미션, 비전, 목표를 거창한 말이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당부를 남긴 바 있다.

하나금융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그룹 내 변화를 꾀할 뿐만 아니라 사회 안팎을 살피며 상생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전국 보육 취약 지역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건립하는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를 확대 시행 중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부족해진 보육시설 문제를 해결해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했고,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인구 소멸 농어촌지역 어린이집을 개원해 이해가 공존하는 양질의 보육환경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은 지난 2022년부터 사회가치 창출 프로그램 '하나 파워 온'을 전개하고 있다. 파워 온 프로그램은 세 가지 항목(챌린지·케어·커뮤니티)으로 분류된다. 사회혁신기업과 연계한 인턴십을 제공하고 퇴직한 중장년의 재취업을 돕는 '챌린지'. 취약계층 미혼모·청소년 부모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학대 피해에 노출된 아동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케어'. 그룹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지역사회 활성화와 금융교육을 지원하는 '커뮤니티'까지. 하나금융은 진정성 있는 기업을 지향하고자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함 회장은 최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중심으로 감면요구권 확대를 약속하는 등 상생금융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ESG경영 성과 '탁월'···ESG금융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하나금융그룹 2022년 ESG금융 주요 성과 |2023 ESG 채권 투자자 안내서

함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경영과 투자를 통해 하나금융의 기업가치를 증명하고 튼튼한 신뢰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함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ESG경영은 김정태 전 회장이 공표한 ESG 중장기 전략 '내일을 향한  큰 걸음(Big Step For Tomorrow)'의 연장선상이다. 그가 부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그룹 내 ESG 비전 설계를 도맡았다는 점에서 해당 영역에 대한 남다른 이해도와 실행력을 발휘 중이다. 

하나금융의 ESG 중장기 비전은 '2030&60'과 'ZERO&ZERO'라는 두 가지 목표로 구성됐다. 2030년까지 친환경·지속가능 사업 부문에 60조 원 규모의 ESG금융을 조달·공급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및 석탄 PF 잔액 0원을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목표 달성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2030&60의 경우, 2022년 3분기까지 ESG 채권 4조3천억원, ESG 여신 11조 원, ESG투자 1조5000억 원 총 누적액 17조 원 상당의 ESG금융을 조달하고 지원을 완료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ESG 채권 발행 유형이다. ESG채권은 녹색채권(E), 사회적채권(S), 지속가능 채권(G)으로 분류된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만큼, ESG채권 발행 여부와 그 규모는 곧 기업의 평판과 직결된다. 현재 국내 시장에 발행된 ESG채권 유형은 사회적채권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채권이다 보니, 이처럼 과도한 쏠림 현상은 상대적으로 환경 이슈를 등한시하는 것처럼 오해가 생기기 쉽다.

반면, 하나금융은 지속가능 채권만을 발행하며 국내 기업들과 대조적인 행보를 기록 중이다. 지속가능 채권은 환경 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발행대금을 사용하는 채권이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의 지휘 아래 작년 초, 미화 6억 달러 규모의 선순위 무담보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고 같은 해 6월 원화 2960억 원에 달하는 Tier II 지속가능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한 바 있다. 

해당 채권은 환경과 사회 부문 관련 사업을 활발히 하는데 투입됐다. 환경 부문에서는 태양열·지열·풍력 발전 프로젝트 등 신재생 에너지 생산·설비를 지원했고, 친환경차 구입자금 대출상품 'EV오토론'을 공급해 일상생활 속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이기에 동참했다. 사회 부문에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에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운전자금 대출을 공급해, 고용 창출을 촉진하고 자본 부족으로 일어나는 실업률 해소에 기여했다. 또한,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증과 담보 없이 대출을 지원하며 이들이 비제도권 금융시장에 편입되지 않도록 포용금융을 실행 중이다. 

이외에도 하나금융은 ESG 여신에 25조 원, ESG 투자 10조 원을 조달해 친환경 관련 사업을 대상으로 ESG금융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작년 ESG경영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높게 인정받은 바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ESG평가 지수인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로부터 2022년 은행 산업 부문 평가 세계 1위를 달성했고, DJSI 월드 지수에도 편입됐다. 해당 평가에서 하나금융은 환경보고, 인재개발, 손님관리 부문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 또한 리스크 관리, 자금세탁방지, 인권 경영 등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책을 개정하고 정보 공개를 확대해 좋은 점수를 얻었다. 

■ 은행 의존도 낮추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해야

올해 1분기 하나금융은 전년동기 대비 22.1% 상승한 당기순이익 1조1020억 원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경기둔화와 리스크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그룹의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속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수익성 지표인 그룹의 순이자마진은 전년동기 대비 7.8% 상승했다. 다만 비은행부문 성적은 다소 부진한 편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16.8%로, 전년동기(34.6%) 대비 17.8% 하락했다. 하나증권은 30.1% 하락했고, 하나카드는 63.0%, 하나자산신탁이 5.0%, 하나저축은행은 77.8% 낮아졌다. 하나생명은 20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하나금융의 하나은행 의존도는 약 90%에 달한다. 경기둔화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몰아친 상황에서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 규제는 심화됐고 은행이 도출할 수 있는 이자수익은 한계가 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원만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비은행 금융사 인수는 불가피하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약속했다. 작년 하나금융 취임식 당시에도 해당 내용을 언급한 만큼, 올해 하나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는 결연하다. 

하나금융은 증권사(하나증권)와 보험사(하나생명보험·하나손해보험) 모두 갖추고 있지만, 보험사의 경우 업계 경쟁력이 부족한 편이다. 만약 올해 상반기나 하반기에 비은행 인수합병이 현실화된다면 보험사를 인수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보험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BL생명, KDB생명, 동양생명, MG손해보험이 매물로 거론된다. 

인수합병은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번 연속 동결하면서 내수 경기 활성화가 예상됐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에 찾아온 연이은 전세사기 사건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증할 우려가 있고, 금융당국은 부실 대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은행에 대손충당금 규모 확대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작년 말부터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신사업 진출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디지털 금융 플랫폼 '핀크' 서비스 강화

핀크

"혁신은 거창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손님들이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하고 직원들이 더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고 영업의 도구를 만드는 것"

하나금융은 올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영역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하나금융은 핀테크 플랫폼 '핀크'를 운영하고 있다. 핀크는 2016년 8월 24일 하나금융과 SKT가 각각 51%, 49% 씩 출자해 자본금 500억 원으로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2022년 7월 하나금융은 SKT가 보유하던 하나카드 지분 약 15%를 인수한 뒤 핀크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핀크는 금융기관 약 275개와 연결된 마이데이터를 통해 이용자가 자신의 금융자산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주 연동한 기관은 △은행 △카드 △증권 순이었다. 특히, 주 이용자인 2030세대 사이에서 타 이용자의 금융 데이터 포트폴리오를 참고할 수 있고 재테크 노하우도 교류 가능한 ‘핀크리얼리’ 서비스 반응이 긍정적이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비심리는 위축됐지만 최근  자산관리와 금융투자에 집중하는 2030 세대 수요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핀크는 이미 사용자 70% 이상이 2030 세대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5대 금융사 중 디지털 금융 플랫폼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이익 적자에 있다. 

핀크는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꾸준한 적자를 기록 중이다. 다만, 당기순손실 규모를 지난 2020년 193억5806만 원에서 작년 123억 8000만 원까지 큰 폭으로 줄이면서 단계적으로 개선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 진출 시기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이데이터를 통해 그룹 내 서비스와 연계하고 신규회원을 유치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를 핀크의 흑자전환 시기로 예고한만큼 해당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함영주, 그는 누구?

함영주 회장은 1956년생으로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태어나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서울은행(현 하나은행과 합병)에 말단 행원으로 입행했다. 바쁜 행원 생활 속에서 공부의 끈을 놓지 못한 그는 단국대 회계학과(야간)에 진학해 대학을 졸업했다.

함 회장은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합병 이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충남북지역본부장, 대전영업본부 부행장보 등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해 충청사업본부장으로 지내며 충청영업그룹의 영업현장을 지휘했다. 당시 비수도권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충청영업그룹의 영업실적을 전국 1위에 올려놓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가 하나은행장으로 재임하던 2017년에는 각 지역 영업본부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 전권을 부여하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독립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영업추진과 평가를 자율에 맡기는 등 현장 중심의 밀착영업을 강화하는 파격적인 자율 경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은행원 생활 약 38년간 특유의 소탈한 성격과 뛰어난 실행력,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은행 내 입지를 굳혀 왔다. '낮은 자세로 섬김과 배려의 마음'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온 그가 고객과 임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사려가 깊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작년 2022년 3월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함영주 회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비즈트리뷴= 류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