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분기 '리딩금융'은 KB금융···하나금융 '어닝서프라이즈'
[분석] 1분기 '리딩금융'은 KB금융···하나금융 '어닝서프라이즈'
  • 류지수 기자
  • 승인 2023.04.2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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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업항 악화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냈다. 금융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비판과 상생금융 압박으로 이자이익이 감소했지만, 비이자이익 선전으로 한숨을 돌렸다. 다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 연체율과 경기둔화, 부동산 PF 우려 등을 이유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면서 금융권의 앞날은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1분기 '리딩금융'은 KB금융···하나금융 '어닝서프라이즈'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가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89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지주별로 보면 KB금융지주가 1분기 당기순이익 1조4976억 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70억 원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이 호실적을 거둔 이유는 증권과 보험계열사 등 비은행 부문 수익성이 회복됐고, 금리 상승에 따라 순이자마진 개선 효과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의 순이자마진은 2.04%로 전분기 대비 5bp 상승했다. 은행의 자산 리프라이싱 효과와 탄력적인 조달포트폴리오 관리, 할부금융 중심의 카드자산 수익률 개선에 힘입은 덕분이다. 그룹의 순이익에서 1분기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1%로 확대됐다. 순수수료이익이 금융상품 판매 상승과 카드 수수료 비용 감소로 전분기 대비 21.7% 증가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매년 KB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신한금융은 전년동기 대비 0.2% 증가한 순이익 1조3880억 원을 기록하면서 뒤로 후퇴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순이자마진은 1.94%로 전분기 대비 4bp 하락했다. 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10.0% 감소했다. 신한금융은 4개 그룹 중 전년동기 대비 이자이익 성장세가 가장 부진했다. 금리부자산이 3.5% 늘었고 은행 순이자마진이 8bp 상승했지만 비은행 부문 조달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상생금융 지원 범위 확대로 은행 마진 하락과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됐지만, 유가증권·수수료 이익 등 비이자이익을 개선해 실적 하락 방어에 성공했다.

이번 1분기 실적에서 하나금융의 급격한 성장세가 눈에 띈다.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102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무려 22.1% 증가한 수치로, 4대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호실적을 거뒀다. 하나금융이 호실적을 거둔 이유는 비이자이익이 향상됐고 효율적인 비용관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2.9% 증가한 7788억 원으로, 그룹의 손익 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매매평가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는데, 이는 외환매매익과 주요 관계사의 유가증권 등 트레이딩 실적이 증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9113억 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순영업수익은 2조550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상승했다. 그룹의 비이자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3.4% 하락한 3317억 원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환율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 호실적 누린 4대 금융···전망은 글쎄? 

4대금융그룹의 이자이익 성장세는 한동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다양하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소폭 낮췄다. 문제는 정기예금금리도 함께 내렸다는 점인데, 한때 높은 금리를 제공했던 정기예금 상품 매력이 감소하자 현재 4대 금융그룹의 은행 정기예금 이탈 고객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SVB 파산과 CS 사태 등으로 세계경제가 쪼그라 들었고, 다음 5월 4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자금이 국외로 유출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그룹은 견조한 성적을 도출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계대출이 축소됐고 신용대출이 줄었으며 연체율도 상승세다. 

우리금융그룹의 자산건전성 현황을 살펴보면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동기대비 0.06% 상승한 0.35%로 나타났다. 요주의여신비율도 동기간 0.12% 증가했다. 

KB금융그룹의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동기대비 0.12%p 늘어난 0.43%으로 집계됐다. 회수의문 잔액은 3월 달 기준 전년동기 대비 35.6% 상승한 6444억 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근 부동산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발생했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확산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금융지주들은 다가올 손실을 흡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자이익 둔화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순이자마진 방어와 경비율 개선에 성공하는지가 실적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트리뷴= 류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