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다음달 '한화오션' 출범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다음달 '한화오션' 출범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4.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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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사실상 마지막 문턱을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시스템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3개 조건을 달아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 결정은 지난해 12월 한화가 기업결합 신고를 한지 4개월만에 내려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승인이라는 평가다.

■"경쟁제한 효과 우려, 해소 필수적"...시정조치 내용과 기간은?

한화는 각 함정 부품에서 독점이거나 유력한 거대 기업이며, 대우조선은 국내 수상함 시장에서 2위, 잠수함 시장에도 압도적인 1위 사업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이 국내 함정 부품시장과 함정 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기업 간의 수직결합에 해당한다며, 효율성이 커지는 동시에 경쟁제한 효과도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이 상대회사에 함정 부품에 대해 경쟁사업자에 비해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차별적인 견적을 제시함으로써 함정 입찰 과정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업자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하여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함정 탑재 장비의 견적 가격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대우조선의 경쟁 사업자가 방위사업청을 통해 한화 측에 함정 탑재 장비 기술 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경쟁 사업자로부터 취득한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시정조치는 양사가 유일한 공급자이거나 1위 사업자인 10개 함정 부품 시장과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되며, 양사는 3년간 이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상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정위는 3년의 기한이 지났을 때 시장 경쟁 환경·관련 법제도 등의 변화를 점검하여 시정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토탈 디펜스 솔루션 완성...'한국형 록히드마틴' 꿈꾸는 한화오션 출범 예정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조건부 승인 결정되면서, 이르면 다음달 '한화오션'이 공식 출범하게 될 예정이다.

한화는 약 2조원을 투입해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되며, 다음달 초 이사외를 열어 새 이사진과 사명 등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뒤 2주 안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유력한 사명으로 꼽히고 있는 '한화오션'은 보다 다양한 사업을 포괄할 수 있도록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대 대표이사로는 그룹 내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진 권혁웅 한화 총괄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대 후반 글로벌 선박 시황 악화로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해왔다. 작년 말 연결기준 부채 비율은 1542.4%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 기준 선박 수주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81% 감소한 8억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라는 큰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는 셈이다.

한화는 일단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의 자금을 수혈해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을 400%대까지 낮추고, 동시에 건조 시설의 현대화를 진행해 선박 사업 경쟁력 강화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이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되면 한화는 육, 해, 공을 모두 통합하는 방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한화디펜스에 이어 한화방산을 합병하며 방산 3사 통합 구축을 완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함정 특수선 분야에 뛰어난 대우조선을 만나 해양 방산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되면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언급했던 '토탈 디펜스 솔루션'을 이룰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