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몸집만 커진 '펫보험' 시장···가입률 저조한 이유는
[이슈+] 몸집만 커진 '펫보험' 시장···가입률 저조한 이유는
  • 류지수 기자
  • 승인 2023.04.24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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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의Andrew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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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반려동물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감소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선 손해보험업계도 펫보험 개정 출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현재 손해보험사 11곳에서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입율은 1% 미만으로 저조하다. 보장하는 질병이 제한적이고 일일 보장한도가 낮아 반려인 대다수는 펫보험보다 적금 선호도가 높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의료체계와 관련 제도가 미흡해 다양한 펫보험 상품을 설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몸집 불리는 펫보험 시장···가입은 1% 미만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 국민 의식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중 75.6%가 반려견을, 27.7%가 반려묘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평균 양육 비용은 각각 18.26만 원, 13.76만 원 순이었다. 

반려인이 자주 이용하는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는 동물병원이었다. 개 혹은 고양이를 기르는 반려인 중 약 71.8%가 동물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202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반려인들은 동물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평균 8만4000원씩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86.1%가 진료비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 진료비는 고질적인 고민거리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크고, 사람처럼 건강보험 제도가 없어 모든 진료항목이 비급여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진료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적금에 가입하는 게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펫보험에 예비책으로 가입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는 총 11곳이다. 상위 5개 사(메리츠화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중 메리츠화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보험업계 최초로 장기 반려동물 실손의료비보험 ‘펫퍼민트’를 출시했다. 작년 7월 해당 보험의 보장비율을 최대 80%까지 확대했고, 가입연령도 만 10세까지로 늘렸다. 반려동물로 인한 아파트 혹은 오피스텔 화재 손해 배상책임 특약을 탑재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화재는 2022년 9월 반려견 전용 장기 펫보험 '위풍댕댕'을 출시했다. 반려견과 산책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 3월에는 반려묘를 대상으로 한 신상품을 추가로 선보이면서 펫보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해당 반려묘 보험은 예방접종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질병인 복막염과 허피스, 칼리시 등을 보장한다. 

DB손해보험은 반려묘와 반려견 모두 보장하는 '프로미 반려동물보험'을 판매 중이다. 반려견의 대표적인 3대 질환인 슬개골 질환·피부질환·구강질환으로 인한 치료비와 수술비를 보장한다. 반려동물의 행위에 기인한 우연한 사고로 인해 타인의 신체장해 및 타인 소유 반려동물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사고 1건 당 법률상 배상책임을 최대 1000만 원까지 보장한다.

현대해상도 작년 11월 반려견 전용 펫보험 '건강한펫케어보험'을 출시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1일 보장 한도가 10~15만 원인 타 손보사와 달리 최대 30만 원까지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반려동물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펫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가입가능연령과 갱신연령을 확대하고 장례지원비를 보장하는 등 반려인 사로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정체기 접어든 펫보험···그 이유는?

손해보험사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펫보험은 큰 호응을 받지 못한 채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펫보험이 반려인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대표적으로 슬개골 탈구 질환에 대한 면책 기간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월 메리츠화재가 공개한 반려동물보험 분석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가 가장 많은 보험금을 지급한 항목은 슬개골 탈구였다. 해당 항목은 반려견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장은 대부분 가입 1년 이후부터 개시된다.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면책 기간 내 슬개골 탈구 진단을 받으면 해당 항목은 보장 받지 못한다.

또한 일일 보장한도와 보장 범위가 적고, 정기건강검진, 스케일링, 예방접종 등 반려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항목이 보장 대상에서 빠져 실질적인 효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거세다. 특히, 펫보험 보장 내용이 비슷해 손해보험사 별 특징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반면, 손해보험사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한국은 반려동물 진료비 수가가 표준화 돼있지 않고, 수의사가 반려인에게 진료기록부를 발급해줘야 하는 의무가 없으며 반려동물 등록률도 낮은 편이다. 동물병원의 진료항목 명칭과 코드도 제각각이다. 

손해보험사는 표준진료코드나 진료항목 별 표준진료절차 등 반려동물 관련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적합한 통계정보를 획득하기 어렵고 새로운 펫보험을 설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제도 개선이 우선···올해 4분기 주목

펫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우선 시 돼야 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인의 진료비 알권리를 위해 지난 2022년 1월부터 수의사법 개정안을 공포한 바 있다. 동물병원 개설자가 병원 내 잘 보이는 곳에 주요 진료비용을 게시해야 하고, 게시 금액을 초과한 진료비용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법 개정에 따라 진료비를 원내 공개한 동물병원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올해 초 질병·진료행위 표준명칭이 동물병원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의 협의 지속과 펫보험 보험금 지급 통계를 재정비하고 해외 통계 확보를 약속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제를 위한 내부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반려동물 의료비에는 부가세가 10%씩 붙는데, 이를 면제해 진료비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자세한 면세 범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진료비 조사와 진료 항목 표준화 과정을 거쳐 상반기에 확정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분기 중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반려인이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기록(복약정보 포함)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사본 발급도 가능해지도록 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의사는 본인이 진료한 반려동물의 진료기록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었다. 이는 반려인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동물진료업의 투명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의 경우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나이나 품종을 속이고 가입해 부정수급을 하더라도 적발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미등록 반려동물이 펫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을 허점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을 판매 중인 손해보험사 대다수가 전문 수의사와 함께 보험금 청구 서류를 직접 검토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론 일부 선량하지 않은 반려인들이 펫보험의 허점을 이용할 우려가 존재하지만, 자기부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항목이 더러 있기 때문에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사례는 극히 적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류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