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이순호 예탁원 사장, 토큰증권에 달려있다
[CEO뷰] 이순호 예탁원 사장, 토큰증권에 달려있다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3.04.1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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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호 예탁결제원 사장 ㅣ 예탁결제원
이순호 예탁결제원 사장 ㅣ 예탁결제원

지난달 초 제23대 한국예탁결제원 수장 자리에 오른 이순호 사장의 임기가 한 달 반가량 지났다.

아직은 임기 초반이기에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시기다.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에 따른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이 사장이 사장으로서 노조의 신임과 더 나아가 국민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산적한 과제가 많다.

이 사장은 지난달 20일 부산 본사에서 열린 신임 사장 취임식에서 "외부적으로는 팬데믹 기간 급격하게 팽창된 글로벌 유동성이 흡수되는 과정에서 성장률 저하와 금융시장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며 "또 내부적으로는 조직 안정화, 신규 먹거리 발굴, 경영 자율성 제고 등 쉽지않은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맡겨진 가장 막중한 과제는 토큰증권(STO) 플랫폼 등 혁신금융 인프라 구축이라는 게 중론이다. 토큰증권(STO) 플랫폼 구축은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증권과 통합되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예탁원의 임무가 막중하다. 디지털증권의 일환인 STO는 기존 전자증권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며 비정형자산(부동산, 미술품 등)에 근거해 발행된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실물증권, 전자증권에 이은 새로운 형태의 증권이다. 

STO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예탁원은 바로 토큰증권 발행심사와 총량관리 등의 중책을 맡게됐다. 이 사장은 정상 출근을 시작한 이후, 곧바로 이 낯선 STO에 대해 '열공'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TO 플랫폼 성공 여부는 그를 괴롭히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의 또다른 과제는 예탁원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있다. 예탁원은 개인투자용 국채 사무처리 시스템 및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국채 통합계좌 운영 시스템 구축, 외국인 투자제도 개선 등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책사업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장과 함께하는 혁신금융 플랫폼'에 걸맞은 인프라를 구축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일조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장은 리스크 관리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증권 매매거래와 대차거래의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예탁원은 대이행 리스크에 노출되고 나아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은 임직원 모두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시장리스크에 대비해 담보 관리, 특정 목적 적립금 등 업무 전반에 걸쳐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이버 보안, 재해복구 계획 실행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선 적극적인 소통과 경청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 3월 3일 제23대 예탁원 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했지만 낙하산 인사 반대를 주장하는 노조의 출근 저지로 2주째 본사 근무를 하지 못한 바 있다. 예탁원 노조는 3월 16일부터 이틀간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낙하산 임원 반대 투쟁 종료 찬반투표를 벌였고 찬성률이 73.9%(314표)로 나오자 출근 저지 투쟁을 종료했다.

당시 노조는 사장공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사장이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낙하산 인사라고 질타했다. 이 사장의 이력이 예탁원의 주 업무인 주식과 채권 예탁업무와 거리가 멀다는 것도 지적 사유가 됐다.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석사 졸업 후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6년부터 사장 취임 전까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금융 정책 공약 발굴 업무를 맡았으며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사장 내정설이 나온 후 제해문 예탁원 노조위원장은 "은행법 전문가로 알려진 이순호 씨는 예탁원의 주 업무인 자본시장과는 전혀 무관하고 행정 경험은 물론 조직에서 인사·예산 등 지휘감독 업무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무명의 연구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6년 금융연구원에 입사해 18년 동안 1직급밖에 승진하지 못한 연구위원으로 대선 때 대학 친구인 김소영 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대선캠프에 잠시 몸담았다는 것이 전부인데 자본시장 중요 기관인 예탁원 사장 자리를 내정 받는 것이 상식과 공정에 맞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를 의식하듯 이 사장은 취임식에서 "저는 사장으로서 회사 발전을 위해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경청하도록 하겠다"며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상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능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겸허한 자세로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장 임기는 2023년 3월 3일부터 2026년 3월 2일까지 3년이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