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브엠, 통신업계를 뒤흔든 금융자본
[기자수첩] 리브엠, 통신업계를 뒤흔든 금융자본
  • 류지수 기자
  • 승인 2023.04.11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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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알뜰폰 요금제 선호도가 갈수록 오름세다. 당연한 추세다. 프리미엄 가격표가 매겨진 최신 휴대폰은 이동통신3사(KT.SKT.LG U+)만 거쳤다 하면 몸집이 불어나기 일쑤고, 단통법으로 낮아진 공시지원금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값비싼 요금제를 향한 소비자의 불만은 역사가 꽤 길다. 특히 2019년 5G망이 국내에 정식 상용화되면서 심화됐다. 최신 휴대폰이 오직 5G 모델로만 출시 되기 시작한 것이다. 새 휴대폰을 기다리던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동통신3사의 비싼 5G전용 요금제를 사용해야 했다. 이는 소비자의 LTE 요금제 선택권을 빼앗고, 비싼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동통신 3사의 5G요금제 과열을 우려해 통신 요금 인하를 주문했지만, 사실상 협의에 실패하면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규제 샌드박스란 금융위원회의 승인에 따라 현행 규제를 일정 기간 자유롭게 풀어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KB국민은행은 2019년 말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출범했다. 현행법상 통신업을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없는 금융권의 합류가 공식적으로 허락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이동통신업계의 반발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금융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고, 이는 가입자 독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리브엠이라는 거대 금융자본의 등장은 고여있던 이동통신 업계에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대표적으로 알뜰폰 이미지 탈피를 꼽을 수 있다.

리브엠은 세대별 수요 분석을 통해 요금제 선택지를 넓혔다. 계열사인 보험 부문과 연계해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했고, 고객센터 전문 상담 인력을 확대해 통화 지연 문제를 해결했다. 그동안 알뜰폰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했던 불편을 단번에 해소했다. 통화품질·고객 서비스·휴대폰(단말기)·무선인터넷 부문 모두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이동통신 3사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렀다.

예상이나 했을까? 우리는 이제 자급제 휴대폰과 알뜰폰 요금제 사용을 현명한 소비라 부른다. 고작 몇 년 사이로 알뜰폰 요금제를 더 이상 '값싸기만 한 소비'로 인식하지 않게 됐다. 소비자는 이동통신 3사가 독점한 세상에서 탈출해 생활 패턴에 맞는 합리적인 요금제를 찾아 떠났다.

물론 리브엠이 소비자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대한 금융권 자본이 든든한 조력자로 함께한 덕분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엠 사업에 대해 "본업인 은행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통신업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진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이동통신 업계가 금융권의 알뜰폰 진입을 경계하고 불안해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들에겐 통신사업이 본업이고 먹고 사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독과점 폐해로 소비자가 감당해야만 했던 통신비 고충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알을 깨고 나와 비행을 시작한 소비자는 더 이상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내가 한 선택이 옳은 지 매일같이 의심하며 보다 나은 방법을 향해 떠난다. 소비자가 알뜰폰 통신사 리브엠에 화답한 이유는 잊혀졌던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금융권의 통신 시장 입성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비즈트리뷴= 류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