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뷰]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혼돈의 2023년… "위기에 강하다"
[CEO뷰]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혼돈의 2023년… "위기에 강하다"
  • 류지수 기자
  • 승인 2023.04.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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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우리금융지주

임종룡 체제가 우리금융지주의 어떤 새로운 장을 열어갈까.   

"조직 내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히 혁신하겠다."

그의 취임 일성이다. 

임 회장은 공식 취임 전 낡은 관행의 독무대를 중단하기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략 수립 중심, 은행 및 자회사는 영업 중심으로 과감히 새 판을 짰다.

그동안 임 회장은 자신의 능력을 여러 차례 증명해 왔다. 대표적으로 2008년-2009년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리먼 사태로 촉발된 국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농협금융 수익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렸다. 

불안을 진정시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 민생을 아우르는 주요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해왔던 그의 행보가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로 돌아선 고객의 신뢰를 다시 한번 얻을 수 있을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임종룡은 누구인가

임 회장은 1959년 전남 보성 출신이다. 영동고등학교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오리건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대학교 3학년 때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해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 핵심 실무 요직을 연달아 맡았다. 

임 회장은 특히 우리금융과 인연이 깊다. 

그는 1999년 최연소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자리에 선임된 이후,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한빛은행으로 합병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주된 일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 업무였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2016년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시절, 우리은행 민영화를 성공시켜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그가 금융위원장 명의로 우리은행 전 직원에게 민영화 축하 이메일을 보낸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당시 임 회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우리은행 민영화는 정부 소유의 시중은행을 시장으로 돌려보내 금융개혁 목표에 다가서기 위함이고, 이는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함으로써 은행산업 경쟁을 촉진하고,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에 도래하고 시장이 경색됐을 때,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하며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제시하는 등 '위기 대응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수장으로 있으면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비은행 부문을 성공적으로 강화했다. 이후 NH투자증권으로 출범했고, 약 2년 만에 2151억 원이라는 최대 수익을 기록하며 NH농협금융지주의 전체 수익을 끌어올리며 경영실력을 증명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서민과 취약계층을 포용하는 서민 지원 정책을 적극 제시해왔다.

2015년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가계 부채 해결을 위해 '안심전환대출' 약 40조 원을 시장에 공급했다. 서민을 위한 미소금융·햇살론·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서민자금 공급 규모를 7조 원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비대면실명확인, 계좌이동서비스 등 신개념 금융개혁을 이끌었다. 아울러, 서민금융 현장점검반을 구성해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밀착 점검에 나서는 등 민생금융 안정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임 회장은 "서민지원은 그 어떤 분야보다 현장 중심으로 일선에서 원활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서민금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미국발 금융위기...임회장의 과제는

미국 SVB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환경의 급변으로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에서도 은행권에 자산건전성 점검과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청한 상황이다.

지난달 10일 미국 SVB(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했다. 얼마 있지 않아 위기설이 돌던 글로벌 투자은행 CS도 자국 내 경쟁사인 UBS에 인수당했다. 중소은행과 세계 5위권으로 손꼽히던 투자은행이 몰락하는 순간을 전세계 사람들이 지켜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이 CS에서 발행한 약 22조6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 이하 코코본드) 전액을 상각 처리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작년 기준 3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34.8% 증가한 금액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신종자본증권 발행 조건이 외국과 달라, CS나 SVB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이유에 있다. 그동안 국내 은행 및 금융지주사는 신종자본증권을 운영자금 조달과 자본확충 수단으로 발행해 왔다. CS 사태 이후 채권시장은 얼어붙었고, 앞으로 은행권 자금조달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기화된 글로벌 위기로 투자자의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금융은 올해 자금조달 방식을 재점검하고,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중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우리금융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인 투자금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 오는 4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한다면 미국과의 금리차는 역대 최대폭인 1.5%p를 기록하게 된다. 예상이 현실화될 경우 외화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장기적인 원화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차주의 연체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연체율 상승폭을 주시해야 한다.

작년 우리은행 연체율은 0.2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0.04% 상승한 수치다. 카드 부문과 합산한 총 연체율은 약 0.26%에 달한다. 잠재적인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는 요주의여신 규모도 전년대비 22.4% 증가한 3조220억을 기록했다. 

국내 가계부채는 고금리 여파로 꾸준한 상승세다.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도 늘었다. 금융안정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도 5개월 째 '위기' 단계를 유지 중이다. SVB와 CS 사태의 원인은 유동성 관리 부실에 있다는 점을 교훈삼아 우리금융도 장기채 매입을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처지다. 새 지휘봉을 잡은 임종룡 회장이 어떤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 우리금융, 과도한 은행의존도...비은행부문 강화해야 

우리금융은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은행 부문 의존도가 가장 높다. 반면 비은행 부문 비중은 현저히 낮다. 우리금융의 작년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비은행 기여도는 16.1%로 집계됐다. 당연한 결과다. 이때만 해도 우리금융은은 비은행 사업의 주된 수익처인 보험사와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비은행 부문 성장률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경영권 지분 52%를 2125억 원에 인수해 15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40년 경력의 국내 1세대 대형 벤처캐피탈이고 코스닥 상장사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등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정관 변경에 따라 현재 사명은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변경된 상태다. 작년 말 기준 총 운용자산 규모는 1조 43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으로 비은행 이익 비중을 25% 까지 끌어올리려는 우리금융의 목표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 등 자회사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 인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임 회장은 올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약속했다. 공식 취임 전 임원 축소, 젊은 경영진으로 임원 교체 등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도 마쳤다. 우리금융 내부의 오랜 분열과 반목 정서를 끊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함이다. 현 상황에서 발 빠른 증권사 인수는 임 회장이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좋은 수단이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맡던 2014년, NH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우리금융이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한 우리투자증권이 전신이다. 출범 약 2년 만에 2151억 원이라는 최대 수익을 달성하면서 농협금융지주의 수익을 뒷받침했다.  

이래서일까.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임 회장이 증권사 인수를 먼저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으로는 유안타증권·SK증권·이베스트증권·교보증권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임 회장은 증권사 인수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후보가 여럿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제안이 오거나 협의할 만한 대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증권사 매각을 원하거나 협상 여지가 있는 곳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류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