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스칼로풀로스 주한그리스 상무관 "그리스는 유럽으로의 교두보"
[인터뷰] 다스칼로풀로스 주한그리스 상무관 "그리스는 유럽으로의 교두보"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3.3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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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스 다스칼로풀로스 주한그리스 상무관.

콘스탄티노스 다스칼로풀로스(Mr.Konstantinos Daskalopoulos) 주한그리스 경제상무과 상무관이 한국에 온지 7개월이 됐다. 

상무관은 한국에서의 7개월간 "주로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느라 한국의 이곳저곳을 다녀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가 한국과 그리스의 보다 넓은 협력관계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30일, 서울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빌딩 27층의 주한그리스 대사관을 찾아 다스칼로풀로스 상무관에게 한-그리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과 그리스, 닮은 곳이 많은 나라

다스칼로풀로스 상무관은 인터뷰를 위해 대사관을 방문한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커다란 세계지도와 그리스 지도가 한장씩 붙어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그리스를 다룬 책자와 그리스 화가의 화집 등이 놓여 이목을 끌었다. 

상무관은 먼저 "그리스는 6·25 전쟁 당시 파병을 해 한국을 도운 적이 있고, 이후 경제적인 협력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다만, 선박을 제외하고는 경제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라 다른 분야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그리스는 연합군 중 5번째로 많은 부대를 보낸 국가로, 당시 1만여 명이 넘는 수의 군인이 한국으로 넘어왔다. 당시 그리스 인구가 750만 명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상무관은 그 이후 한국과 그리스의 교류가 기대보다 저조했던 이유에 대해,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직까지도 국내 항공사에서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직항이 없는 한국-그리스는 비행기만 12시간 이상을 타야 하는, 물리적인 거리가 아주 먼 나라다. 

그러나 상무관은 바로 이어, "코로나19 이후 줌 등, 온라인 화상 회의가 보편적으로 진행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인 거리가 더 이상 장애물이 되지 않는 만큼, 한국과 그리스도 한층 활발한 교류를 실행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또 상무관은 "한국과 그리스는 유사한 부분이 많은 나라다. 알아가면 갈수록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하나의 사례로 인접한 국가들과의 미묘한 관계를 언급했다. "그리스와 (그리스의 이웃나라) 튀르키예의 관계는 한국과 북한, 혹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과 그리스는 특히 역사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 독일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았던 것, 2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뉘어 내전을 벌였던 것, 군사정권을 거쳐 민주주의를 꽃피운 것까지 그리스의 근대사는 한국과 꼭 닮아있다. 

상무관은 민주주의의 산실로서 그리스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한국에 와서 그리스의 역사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는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다. 외교관으로서 한국에 주재하며 이러한 관심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유럽으로 가는 '다리' 역할 할 것...그리스 가치의 재구성

많은 한국인들은 고대 그리스, 관광지로서의 그리스에 관심을 갖지만 2008년 경제위기가 시작되며 국가 부도 사태를 겪은 그리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스칼로풀로스 상무관은 이와관련,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지출액이 컸고, 이로 인해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은 유럽연합에서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간 EU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지난해 3월 IMF 구제금융을 '졸업'한 바 있다. 예정을 2년 앞당긴 조기졸업이다. 지난해 2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토스 스타이쿠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2023년 이후에는 현실적인 1차 흑자 달성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무관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그리스가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리스의 경제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EU가 즉각적으로 대응책을 제시했고, 그리스의 기업들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었음을 언급했다.

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계지도에서 그리스를 가리키며, "그리스는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를 잇는 '허브'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최근, 두 나라를 모두 무역 파트너로 삼아온 한국은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상무관은 "앞으로 한국은 유럽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며, 그리스가 한국이 유럽으로 진출할 때의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하면 뺴놓을 수 없는 관광산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상무관은 "산토리니와 미코노스에 대해서는 더 얘기하지 않겠다"며 웃은 후, "퀄리티와 가치를 높인 관광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 그리스에서는 최근 다양한 관광 요소를 발굴하고 있다. 교통편과 숙박 시스템을 개편해 가보지 못했던 그리스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상무관은 "그리스는 전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정통(orthodox)'을 찾기 위해 오는 나라다. 질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그리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스칼로풀로스 상무관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동안 너무 아깝게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관계를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재차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상무관은 "지금 한국과 그리스는 관계 재편의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리스 사람들은 점점 더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이미 친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 다른 정신(spiritual)을 배우고 이해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오는 5-6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라졌던 아테네 직항편 전세기를 다시 운영하기 시작한다. 상무관은 "직항이 생기면 그것이 양국 관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