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살아있는 '오뚜기 정신' … 함하우스에서 시작된 소비자와의 이색소통 1주년
[르포] 살아있는 '오뚜기 정신' … 함하우스에서 시작된 소비자와의 이색소통 1주년
  • 김려흔 기자
  • 승인 2023.03.2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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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오키친스튜디오 오픈 1년만에 "흔들리지 않는 코어는 이제 됐다"

-오뚜기, 이유있는 자신감 "실속있는 마케팅 파워"→"거품없이 인스타그램 4000팔로워 모았다"
▲비즈트리뷴 제공 =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함하우스
▲비즈트리뷴 제공 =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함하우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어느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함하우스. 따뜻한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함하우스는 오뚜기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거주공간으로, 고 함 회장이 이 자택을 기부한 뒤로 사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교육용 장소 등으로 사용하며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현재 함하우스는 오뚜기의 첫 브랜드 경험 공간인 '롤리폴리 꼬또'와 고객공간의 니즈를 더 확장해 '오키친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쿠킹 경험 공간으로 오픈된 오키친스튜디오는 1년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 1년 간(올해 3월 기준) 클래스 운영 횟수는 115회에 달하며 누적 참가자 수는 800여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누적 신청자수는 4000여명, 연간 브랜드 협업은 LG전자, 아영FBC, 남의집 등 1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레시피인데 오뚜기는 이 클래스를 위해 개발한 레시피 수가 90건 이상이다. 

▲비즈트리뷴 제공 = 오키친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클래스 준비 상황
▲비즈트리뷴 제공 = 오키친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클래스 준비 상황

■오키친스튜디오, 그들만의 레시피와 클래스

지난 22일 오키친스튜디오에서 셀프 쿠킹 클래스로 경험해본 레시피는 '닭다리살 데리야끼'와 '굴림만두 캐비지롤'이었다. 오키친스튜디오에서는 오뚜기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날 만들어본 요리를 통해 오뚜기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올드함을 자연스럽게 지워냈다. 

간단하면서도 색다른 레시피로 손님 대접용으로도 손색없을만큼 훌륭한 레시피였다. 매달 레시피가 바뀌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트랜드한 메뉴를 찾는데 이 과정에서 신입사원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이를 토대로 메뉴가 정해지면 오뚜기의 어떤 제품을 재료로 쓰면 좋을지 고민한 뒤 레시피가 최종 탄생한다. 

이같은 고민은 한번의 클래스만으로도 체감할 수 있었다. 분명 집에서 자주 보고 쓰는 재료들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만든 것이 맞나', '오뚜기 제품만으로 이런 요리가 가능하다니' 등의 생각을 연속적으로 들게 했다.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 많이 보긴했으나 익숙치 않은 '굴림만두'같은 재료들을 이번 클래스를 체험하며 어떤 용도인지, 어떻게 활용을 할 수 있는지 등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오뚜기에 따르면 오키친스튜디오 수강은 20대와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신청한다. 

처음 오키친스튜디오를 시작할 때 (한 클래스당 8명 정원)16명~24명 정도였던 신청자 수는 1년이 된 현재 많게는 20배 이상 늘었다. 

김지현 오뚜기 브랜드경험실 팀장은 "딸들이 엄마랑 데이트로 많이 찾아주시는데 아들들이 신청하는 경우는 잘 없다(웃음)"고 말했다. 

오키친스튜디오의 쿠킹 클래스는 ▲스페셜티 키친 ▲메이트 키친 ▲오랜만 키친 ▲페어링 키친 ▲커뮤니티 키친 등 5가지로, 전문가와 함께하는 클래스를 비롯해 온라인 쿠킹, 셀프 쿠킹 등 탄탄한 내실을 갖춘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반응이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 키친’은 셰프, 요리연구가 등 전문가가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로, 매월 1회 열린다. 실습에 앞서 셰프의 시연이 진행되며, 레시피는 물론 다양한 스토리와 요리 팁까지 배울 수 있다. 매월 4회 열리는 ‘메이트 키친’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2인 1조로 즐기는 셀프 쿠킹 클래스(본 기자가 이용한 클래스)로, 요리가 낯선 이들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지만 요리에 자신이 없는 고객들에게도 추천한다. 2인 기준 스텝 선생님 한분이 배정되는데 존재감이 크다. 2인 기준이기는 하지만 꼼꼼하게 놓치지 않고 매의 눈으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요리초보들도 도움을 받아 뿌듯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비즈트리뷴 제공 = 김지현 오뚜기 브랜드경험실 팀장이 오키친스튜디오 1주년 기념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트리뷴 제공 = 김지현 오뚜기 브랜드경험실 팀장이 오키친스튜디오 1주년 기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키친스튜디오, "오뚜기 제품 홍보목적 아냐"

오키친스튜디오 공간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인테리어다. 

'오뚜기'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쨍한 노란색이 아닌 레몬색이 주를 이루며 외관과 일맥상통한 밝고 따뜻한 느낌이다. 특히 오뚜기 제품이나 오뚜기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별로 없다. 

김 팀장은 "저희가 (클래스를 진행할 때) 제품 관련 멘트는 잘안하려고 한다"면서 "오키친스튜디오는 제품 홍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 재미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키친스튜디오는 지난 1년동안 개인 고객들에게 무료로 진행해 왔는데 앞으로 유료화 할 계획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지난)1년동안 무료로 진행하다가 갑자기 유료화로 변경하는 것은 소비자를 향한 기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오로지 (홍보목적으로)많은 고객들을 만나려고만 하면 여러 대안은 있지만 더 진정성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오뚜기의 진정성은 빠르게 통했다. 코로나19로 많은 난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품없이 4000명 팔로워를 모았고, 이제는 클래스에 매번 신청을 하거나 서울과 먼 지역인 경남 하동에서도 찾아올만큼 관심이 늘었다. 

김 팀장은 이를 두고 "흔들리지 않는 코어는 이제 됐다"면서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오키친스튜디오와 같은 고객들과의 소통공간 마련을)다른 지역도 검토는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키친스튜디오를 통해 이같은 소통공간이 지속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을 내부적으로 더 인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강두위 오뚜기 홍보실 차장은 "지난 2018년도에 브랜드경험실이 생기고 나서 올드했던 기업의 이미지가 많이 변화했다"면서 "오뚜기의 대표적인 귀여운 캐릭터도 브랜드경험실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제공 = 오키친스튜디오에 마련된 포토존
▲비즈트리뷴 제공 = 오키친스튜디오에 마련된 포토존

오키친스튜디오에는 고객들의 뿌듯함을 더할 수 있도록 포토존도 설치돼 있다. 요리의 완성은 사진이라고 했던가. 의미있는 클래스를 기념할 수 있도록 조명과 함께 마련됐다. 이같은 세심함이야 말로 오랜기간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온 '오뚜기 정신', 다시말해 기업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드는 감동적인 부분이다. 

오뚜기가 향후 오뚜기 정신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선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