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크립토 규제는] ④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 유통량 관리 핵심...위믹스가 선례
[2023, 크립토 규제는] ④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 유통량 관리 핵심...위믹스가 선례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3.03.24 0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핵심은 '유통량 관리'...위믹스는 시장의 좋은 사례
-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인가
- 업계 현직자로서 꿈꾸는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는

국회가 '가상자산 관련법'(코인법) 입법 논의에 본격 돌입한다. 이달 말 정무위원회(정무위) 소회의에서 본격 심사에 들어가고 4월에는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 오는 28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논의된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부터 정무위에 여러 차례 상정됐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관련 규제 마련을 두고도 여론이 분분해왔다. 

크게는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규제를 마련하라'는 입장과 '일단 당장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율 체계를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글로벌 기준 적립에 발맞춰 진행될 예정이며, 별도로 토큰증권 발행 관련 규제 역시 마련 중이다.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이 나아가야하는 길을 업계 관계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보다 솔직한 의견을 위해 업계 관계자 3인의 인터뷰는 모두 익명으로 진행됐다.

비즈트리뷴 이아현 디자이너 

■ 핵심은 '유통량 관리'...위믹스는 시장의 좋은 사례

Q. 규제의 핵심을 한 가지 꼽자면.

A. 유통량의 공개적인 관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곧 투명성과 신뢰도에 직결된다. 

Q. 위믹스가 떠오른다. 최근 코인원에 재상장한 뉴스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A.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의혹에 대한 소명이 됐기 때문에 재상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위믹스는 유통량 논란에 대한 후속 대처로 쟁글(가상자산 평가기관)을 통한 실시간 유통량 모니터링을 공개적으로 진행 중이다.

Q. 하지만 재상장을 '하나의 특혜'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론은 분분한 것 같다. 위믹스와 비슷한 사유로 거래소들로부터 상장폐지를 당한 프로젝트들 대부분은 위믹스보다 규모가 작고, 재상장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상장은 '위메이드' 후광 효과가 아주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위메이드가 코스닥 상장 기업이기도 하고, 워낙 '본업'을 잘해왔던 회사인 점 등이 고려되지는 않았는가.

A. 그렇다.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평가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Q.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결국 기업들의 판에 놀아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시장 활성화와 프로젝트 각자의 잠재력을 고려하는 측면에서는 소명을 하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프로젝트가 다시금 기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규제나 조치의 목적은 '어느 누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틀을 마련하고, 기업들이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A. 우리는 거래소에 '재상장'을 할 때 그것이 '정말 특별한 일인지'에 대한 질문을 해봐야 한다. 거래소의 본래 기능은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거래를 하는 주체는 전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다. 코인이나 토큰의 가치는 고유 정체성과 유틸리티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 역시 시장 참여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어차피 시장성이 없는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의 외면으로 도태된다. 거래소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일 뿐이다. 

Q. 실시간 유통량 모니터링을 도입한다면, 주체는 누가 되어야하는가. 어느 한 특정 기관이 이를 전적으로 맡아서 진행한다면 결국 또 이 안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A. 특정 기관'만'이 모니터링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 받는다면, 당연히 내부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책임과 권리에 대한 분배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통 금융기관 등과 협업해 커스터디(금융자산 거래 시 이를 대신하여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하면 유통량으로 거래소든, 프로젝트든 절대 가격이나 유통량으로 '장난'을 칠 수 없다. 당연히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집단도 사라진다.

 

■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인가

Q.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어떤 시장인가. 자유로운지, 보수적인지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A. 자유롭다.

A. 빠르다.

Q. 그렇게 보는 근거는.

A. 이 세상에 피앗(실물화폐)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은 피앗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고, 메인넷이 아닌 알트코인을 살 수 있는 극소수의 국가 중 하나다. 실물화폐로 가상자산 거래가 되는 국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굉장히 높고, 진입 의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정 부분 느리거나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러 부분들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Q. 앱토스가 최근 국내에서 해커톤을 개최한 점이나,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나.

A. 그렇다. 그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Q. 한국 시장이나 프로젝트는 '김치코인'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사용될 정도로 이슈가 많은 것 같다. 특히 프로젝트를 통해 '한 탕' 하겠다는 의식도 강한 것 같다. 실물화폐를 통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에 비해 시장 신뢰도나 윤리성은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는가.

A. 단편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과도기라고 본다. 또, 갈림길에 있다고도 생각한다. 거래소나 프로젝트, 평가기관, 투자처 등 개인 시장 참여자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윤리 의식에 바탕을 둔 '진짜 투자자 보호를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기관이 될지, 아니면 목적성을 가진 권력기관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갈림길. 사실 지금의 시장 구조에서 이들은 이미 어느정도 권력기관의 면모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DAXA 합의체가 나온 점, 주요 거래소들이 재관 쪽 사람들을 영입하려고 움직이는 것들도 같은 맥락이다.

Q. 책임과 권한은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권력은 특별한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생기면 놓기 싫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DAXA는 '담합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결국 업비트의 권력구조를 더욱 공고화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또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들 안에서의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감시 기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A.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다. 거래소가 상장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도 어떤 면에서는 하나의 권력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자정작용도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전 세계는 미국이라는 국가, 그리고 달러라는 화폐의 지배를 받는다. 달러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때 즈음에는 석유와 손을 잡았다. 석유와 손을 잡은 달러는 또 다시 수십 년간 그 지위를 유지했다. 

가상자산으로 달러의 지위는 또 한 번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이번 미국의 은행 줄파산 당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샀다.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달러의 지위에 위협이 될 만한 존재들은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발행에 제재를 가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서 추론이 가능해진다.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거다.

하지만 미국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다. 석유와 손을 잡았을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발전할지, 기존의 권력 유지를 위해 적을 설정하고, 문제를 외면하고 회유를 할지는 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렸다.

Q. 리플과 SEC 사이의 소송 결론이 나지 않은 이유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 위협이 될지, 되지 않을지를 저울질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 업계 현직자로서 꿈꾸는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는

Q. 정부는 글로벌 규제에 발맞춰 간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마련 중인 규제를 바탕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규제의 모습을 그린다면.

A. 미국과 일본의 규제는 중앙집권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EU가 발표한 규제(MiCA)는 탈중앙 유럽 탈중앙 중앙집권인 성향이 강하다. (기자 설명: EU는 지급수단 및 투자수단으로서의 수용성과 투자자 보호 필요 수준 등에 따라 유형별로 차등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 유형은 증권형토큰과 유틸리티토큰, 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으로 분류를 하고,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상품과 동일한 기능이 있다고 보고, 유럽증권시장감독청이 별도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암호자산으로 정의내렸다. 스테이블 코인은 자산준거토큰이 아닌 유틸리티토큰으로 분류해, 발행자 규제 및 공시 규제 등을 적용했다. 이는 테라 사태 등을 염두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유틸리티토큰  발행 및 공개는 EU 내 설립법인이 백서를 공시할 경우 신고만으로 가능하도록 규제를 최소화해 기업을 지원한다.) 이를 대한민국에 맞게 적절히 변형시켜 반영해야 한다.

A. 거래소의 권력화를 막는데 성공한 것. 문제의 여지가 있는 프로젝트를 단발적으로 '처단'하는 모양새의 규제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프로젝트가 생기는데에는 거래소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이건 프로젝트만을 처단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거래소의 권력화를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상장권한은 필요 없다고 본다. 거래소는 그냥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플랫폼'이어야 한다. 발행과 거래, 운영의 자유성을 주되, 이것이 투기성 이익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Q. 업계 현직자로서 규제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들, 혹은 시장 참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A. 쉬워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짜 원하고,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업이든 규제든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끝까지 갈 수 있다. 토큰의 가치는 '얼마까지 오를까', '매출이 얼마나 나올까'를 기준으로 봐서는 안 된다. 돈이 움직이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이게 주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누구에게도. 얼마나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A. 블록체인의 정체성을 되돌아볼 때다. 토큰을 단발성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한 투기상품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하나의 연료같은 존재로 보면 이야기가 쉬워진다. 탑티어 거래소들에 상장해 있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거의 대부분의 토큰들은 애초에 상장으로 '한 탕 하려는' 목적이 아닐 뿐더러 그 사용처가 명확하다. 수요가 있으니 거래소들이 자연스럽게 거래지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목표로 관련 기관들이 움직인다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비즈트리뷴=양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