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크립토 규제는] ③'금지' 사각지대였던 싱가포르...규제 엄격해질까
[2023, 크립토 규제는] ③'금지' 사각지대였던 싱가포르...규제 엄격해질까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3.03.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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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가상자산 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싱가포르 가상자산 규제, 日과 비슷해질까
규제 엄격해져도 과세 비율 급변 않을 것...여전히 매력성 높아

싱가포르가 가상자산 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었던 이유

홍콩·도쿄와 함께 아시아 대표 금융허브 명성을 오랜 기간 유지해온 싱가포르는 특히 친(親)암호화폐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산업은 항상 규제 당국보다 앞서간다'는 말이 있다. 싱가포르는 이 앞서가는 크립토 산업을 가장 빠르게 정착시켜온 국가다. 지난해 최대 규모 암호화폐 컨퍼런스 토큰2049가 싱가폴에서 개최된 점, 올 9월에 또 한번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는 점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3달에 한 번씩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국제 컨퍼런스(ICBC)도 주기적으로 개최중이다. 

싱가포르가 가상자산 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든 것은 싱가포르가 특정한 무엇인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지불 서비스법을 갖고 있지만, 발급하는 라이선스의 수에 대해서는 '판단'만을 해왔다. 

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규정이 비교적 관대한 것도 시장 참여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장점이다. 싱가포르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에 대해 비과세 국가는 아니다. 다만 싱가포르는 자본 이득에 관련된 세법이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MAS)이 시장 참여자의 가상자산 거래를 자본 이득으로 해석한다면, 세금에서 자유로워진다. 

MAS는 가상자산을 크게 유틸리티 토큰과 결제 토큰, 증권 토큰으로 나눠서 구분하는데, 과세 대상이 되는 항목은 증권 토큰 뿐이다. 증권 토큰의 경우에는 전체 소득의 17%가 과세 대상이다. 이는 일본 등의 과세 비율에 비하면 높지 않은 편이다. 일본은 가상자산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도 누진세 원리를 적용한다.

요르 오이스터 창립자이자 암호화폐 전문가인 조던 비숍은 기고문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 즉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싱가포르에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며 "이 때 사업자가 시장참여자를 대신해 세금을 지불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똑같은 아시아 금융허브였던 홍콩이 중국 정부 개입에 따라 자율성이 악화되며, 시장이 위축된 점도 싱가포르에게는 '아시아 크립토 허브' 명성을 굳히는데 일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산주의 국가가 버티고 있는 국가에서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 기업이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건 상당한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라며 "리스크를 고려할 때 똑같은 조건이라면 싱가포르가 훨씬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가상자산 규제, 日과 비슷해질까

싱가포르는 2022년 4월 FSM(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조달(AML/CFT) 목적으로 설립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다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업계는 지난 2022년을 싱가포르 가상자산 시장의 '균열의 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싱가포르의 가상자산 관련 펀딩이 2021년 15억 달러에서 2022년 기준 21%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투자는 약세장이 장기화되고 '실패'가 이어지면서 급격히 둔화됐다.

물론 블록체인 관련해 투자를 받은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 영국에 이어 여전히 3위이긴 하다.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싱가포르는 39억달러를 모금했으며, 싱가포르 내 블록체인 투자 관련 거래는 566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싱가포르의 규제가 일본처럼 엄격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싱가폴이 대기업을 위해 가상자산으로 인한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성을 더 이상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1년 12월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싱가포르에서 규제 승인을 받지 못한 데 이어 2022년 2월 영업을 중단한 점을 꼽았다. 

싱가포르 역시 가상자산의 심한 변동성과 투기성이 날뛸 수 있는 자유로운 시장으로서의 명성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거래와 투기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이는 우리가 원하는 가상자산 허브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언급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9월 소프넨두 모한티 싱가포르통화청(MAS) 핀테크 부문 총괄 책임자 역시 "싱가포르는 투기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 규제 엄격해져도 과세 비율 급변 않을 것...여전히 매력성 높아

다만 규제가 엄격해진다고 해도 과세 비율이 일본만큼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세의 영역은 확대될 수 있다"며 "일례로 작년 3월부터 싱가포르는 NFT 거래 건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규제의 목적이 '개인 투자자 보호'인만큼 촘촘해질수록 정부의 모니터링이 진행되는 영역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바이낸스는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의 수사망이 좁혀지고, 조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싱가포르에서의 거래소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낸스는 현재 내부적으로 이를 위한 싱가포르의 라이센스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싱가포르에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개편된 사업을 시작하며 바이낸스 커스토디를 세푸(Ceffu)로 리브랜딩해 운영중이다. 바이낸스 거래소는 이 회사와의 자본 관계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세푸의 부사장 아테나 유는 싱가포르를 두고 "혁신과 좋은 기업, 지배구조와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싱가포르의 명성을 생각하면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 중순이 넘어가면 싱가포르 규제의 틀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중앙은행과 MAS가 규제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력 중이다. 중앙은행과 MAS는 지난해 10월부터 언급됐던 시장참여자 보호와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위한 규제 마련 단계에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MAS가 "올 중순까지 관련 피드백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비즈트리뷴=양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