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크립토 규제는] ② 日 가상자산 규제, 완화시키지만 '본질'은 그대로
[2023, 크립토 규제는] ② 日 가상자산 규제, 완화시키지만 '본질'은 그대로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3.03.20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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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대형 거래소 해킹 겪은 日, 국가 차원 규제 선두주자
엄격한 금융청 '화이트리스팅'...56개 프로젝트만이 통과
日, 돌다리 다 두드렸다...앞으로 규제 전망 핵심은 '세금' 될 것
규제 완화로 가상자산 시장 육성 의지 보여...하지만 '본질'은 그대로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FTX발 파산 여파에서 비교적 피해를 입지 않은 국가로 일본은 수차례 언급됐다.

일본은 가상자산 시장을 맞이하는 지난 10년 간 '가장 빨리' 움직이고 '가장 빨리 피를 본' 국가 중 하나다. 2014년 마운트곡스, 2018년 코인체크 거래소 해킹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운틴곡스 해킹 사건으로 도난 당한 비트코인은 당시 시세로 4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코인체크 거래소 해킹 금액은 6,000억원이다. 

마운트곡스 사건 이후 2017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가상통화로 명명하고 결제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인정·가상자산 교환업자 금융당국 등록의무화·계좌개설 시 KYC(실명인증) 의무화 등 이용자 보호 법률을 정비했다. 이후 2년만에 코인체크 해킹 사건이 또 한 번 발생하자 가상통화를 암호자산으로 변경하고, 이 가상자산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것을 의무화시켰다. 이는 FTX발 파산 여파에서 일본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이 두 사건 모두 아직까지 보상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두 사건 이후 일본은 가상자산시장에 대해 빗장을 닫았다.

■ 엄격한 금융청 '화이트리스팅'...56개 프로젝트만이 통과

일본 거래소 상장에는 금융청이 전적으로 개입하며, 화이트리스팅 절차를 거치지 않은 프로젝트는 상장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2017년 4월 개정된 자금결제법에 따라 거래소가 금융청 등록제로 운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만 여개의 프로젝트 중 엄격한 규제를 통과한 건 2022년 10월 24일 기준으로 56개 뿐이다. '그' 유명한 시가총액 상위종목 솔라나도 화이트리스팅 후 상장한 지 이제 1년 남짓이다. 절차도 최소 반 년에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기본적인 '분리 관리 감사'도 매년 이루어진다.

물론 '그린리스트'라는 간소화된 절차도 일부 도입되긴 했지만, 화이트리스팅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다.

일본 금융청 화이트리스팅을 통과한 종목을 매수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자산의 보다 안전한 운용과 예치한 자산의 보증을 보장받을 수 있다.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웹3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시 빗장을 열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일본이 현재의 규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을 인터뷰 해봤을 때도 화이트리스팅과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20대의 한 일본인 시장 참여자는 "FTX 파산 당시에도 일본 지사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며 "이는 결국 규제와 모니터링이 엄격했던 덕분"이라고 밝혔다.

■日, 돌다리 다 두드렸다...앞으로 규제 전망 핵심은 '세금' 될 것

일본 현지에서는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에 포함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핵심을 '세금'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이미 현재 단계까지 적용해온 규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 과세 비율에 한해서 좀 더 엄격하게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일본은 이미 2018년부터 가상자산으로 실현된 이익에 대해 과세중이다. 급여 외 소득이 20만엔(약 200만원) 이상일 경우 일분은 의무적인 세금 신고가 요구된다. 이 때 급여 외 소득은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 모든 소득이 포함된 일명 '잡소득'으로 한데 묶이며, 명시된 과세 비율은 5%다.

일본의 특이한 점은 급여 소득도 고려된다는 점이다. 급여 소득과 가상자산, 주식 등의 수입을 모두 합쳤을 때 연간 330만엔(약 3300만원) 이하일 경우 세금은 10%, 그 이상은 20%로 올라간다. 900만엔(약 9000만원)이 넘어가면 33%, 1800만엔(약 1억 8천)이 넘어가면 40%로 치솟는다.

여기에 이 모든 게 소득으로 간주되니 그 다음 해의 보험, 연금, 주민세 등도 일괄적으로 올라간다. 세금 신고는 3년치까지 유예 기간을 주지만, 넘어가면 세무소 연락 및 벌금 폭탄이 기다린다.  

■ 규제 완화로 가상자산 시장 육성 의지 보여...하지만 '본질'은 그대로

물론 일부는 완화시키고, 웹3 및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좀 더 길을 열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올 초 자민당 세무위원회 회의를 통해 일본 정부는 정책 일부는 완화시켰다. 혜택은 기업이 대상이다.

가상자산 기업의 경우 판매를 통한 수익 실현이 없어도 보유 자산에 대해 30% 법인세를 내던 것을 '매각 등을 통한 이익실현'이 이루어졌을 때만 내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는 다음달 1일부터 발효된다. 

내각부령이 개정되며 스테이블 코인 역시 일본 내 유통이 허용된다. 다만,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 라이센스를 갖춘 기업에 한해 진행한다. '그린리스트' 확대도 일부 추진했다. 그린리스트가 확대되면 기존 화이트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한 프로젝트도 일본 거래소 상장 기회가 커진다. 

일본의 기존 애니메이션 문화 등이 웹3, NFT 사업과 보다 잘 섞일 경우 기대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규제 완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거래소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 대상으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내부적인 고민과 조심스러운 부분은 많은 상황"이라며 "정책 결정자들과 현직자들의 긴밀한 논의는 항상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투자자 보호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움직이는 규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현재 규제들이 더 엄해졌으면 엄해졌지 완화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좀 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조차도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고려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양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