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크립토 규제는] ①美, 은행 줄파산...'합법적 그레이존' 확실히 해야
[2023, 크립토 규제는] ①美, 은행 줄파산...'합법적 그레이존' 확실히 해야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3.03.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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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체크] 美, 친크립토 은행 줄파산...실리콘밸리 "살려주세요"
[규제 현황] 美, 금리 인상 가능성 ↓ 규제는 '증권법 적용' 시도
[규제 향방] 규제도 매파·비둘기파?...핵심은 '그레이존'
이아현 디자이너 ㅣ 비즈트리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자산은 지난 수 년에 걸쳐 신흥 자산에서 전통 자산으로 편입되는 과도기에 있다. 세계 각국이 관련 규제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점, 미국 증시 시장 등 거시경제 흐름과 유사한 가격추이를 보이는 점 등이 근거다. 

가상자산이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간다면, 단기 수익성 등은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지만 투자자 보호 측면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즈트리뷴은 2023젼 신년기획을 통해 세계 주요 국가들의 크립토 규제 현황 및 이슈를 순차적으로 조망한 후 국내 업계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적인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미국, 은행 줄파산...가상시장 '긴장감 팽배' 

미국의 '친(親)가상자산 은행'으로 유명했던 '3S'(실버게이트·실리콘밸리뱅크·시그니처뱅크)가 줄파산 소식을 알리며 시장에 '폭탄'을 던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 금융서비스부(DFS)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시그니처뱅크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시그니처뱅크의 모든 예금은 환급가능한 상황이며, 총 예금액은 지난 8일 기준 891억7,000만달러다.

미국 친가상자산 은행 세 곳이 연달아 운영 중단을 발표하자 은행에 예탁됐던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들도 발등도 불이 떨어지며 가상자산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으며, 특히 실리콘밸리뱅크는미국 주요 IT 스타트업과 밴처피털들의 돈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후폭풍이 더 거센 상황이다. 전액상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언급되던 중, 다행히 예금액 전액을 보증하겠다는 소식은 업데이트됐다. 하지만 은행 전반의 신용도 등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해당 은행직원들이 파산 몇 시간 전 보너스 수령을 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또 여기에 FTX 파산으로 앓았던 '제네시스'도 채권단과의 합의가 실패하며 파산이 임박했다는 악재가 보도되면서 시장은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 현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크립토보다 은행 관련 리스크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분위기"라며 크립토 시장과 이번 은행 파산 건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가상자산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는 듯이다. 이어 "다만, 은행 리스크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고, 이 문제가 나비효과처럼 확산돼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 정부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 등은 사태 진화 및 자금 유동성 지원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겐슬러 SEC 위원장 역시 "모니터링 중"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FTX 파산 이후 지금까지 명확한 규제는 생기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래서 이슈가 생겼을 때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두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규제도 매파·비둘기파?...'그레이존' 명확히 할 필요성 있어

그렇다면 미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향방은 어떨까.

현지 관계자들은 미국 전통 금융 시장이나 기관이 가산자산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규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 역시 '규제(regulation)'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현재 미국은 거래소가 은행비밀보호법(BSA)의 규제 범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FinCEN을 등록하고 AML/CFT 프로그램을 구현해 기록을 유지하고, 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 또 가상자산이 미국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법률 의견서'(Legal Opinion)'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기업들은 중개업체에 우리 돈으로 수백~천 만원대의 금액을 지불하고 이 법률 의견서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일명 '검토'를 받는다.

토큰의 증권성이 있는지 없는지, 미국 증권법에 저촉되는지 되지 않는지 등이 2주에 걸쳐 이 의견서 단계에서 확인되고,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해당 부분을 시정한 후 다시 요청하는 방식으로 상장 전 밑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젝트 관계자는 "해당 과정에서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큰 금액의 돈을 지불하고 법률 의견서를 받는데, 피드백이 명확하지 않으면 자본력이 풍부하지 못하거나, 투자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들은 난항을 겪는다"는 관련 규제가 좀 더 명확하게 공개되길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미국 SEC는 암호화폐가 증권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SEC는 디지털 지갑과 거래소에 증권법을 포괄적으로 적용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중이다. SEC와 힘겨루기 중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이하 CFTC)는 이와 대조적으로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설명하고,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공개적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비교적 우호적인' 접근법을 지향하고 있다. CFTC 위원장은 이더리움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이 두 가지 입장을 조율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EC와 리플의 소송이 규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큰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일단은 리플의 승리를 점치는 시장 참여자들이 대다수인 듯 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핵심은 '합법적인 그레이존'이 얼마나 명확해지느냐가 관건"이라며 "지금의 규제는 엄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SEC의 규제는 규칙과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통해 '선별된' 프로젝트를 강제로 처벌하는 모양새"라고도 덧붙였다. '단속'하는 모양새에서 규제가 정체되어 버리는 현상은 자칫하면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규제는 투자자 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반드시 명확해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이하 IMF) 아디트아 나레인은 "규제 패브릭이 짜여지고 있으며, 곧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아직까지 미국은 규제 초안 작성 단계라고 진단했다.

[비즈트리뷴=양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