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인스타 원금보장 고수익부업 브로커 인터뷰...변호사가 직접 답한다
[탐사기획] 인스타 원금보장 고수익부업 브로커 인터뷰...변호사가 직접 답한다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3.02.25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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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 리딩 작업·대리배팅으로 수익 본다며 불법 카지노 사이트 가입 권유
-변호사에게 직접 물었다...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가
-피해자도 처벌 받을까,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을까

저희는 리스크가 0%라 원금 손실이 없고 3~10배 이상으로 불려드립니다.

고민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는거죠. 당일 입금 당일 출금 모두 가능합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단기간 고수익' 부업 알바 참여를 홍보하는 게시글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계정은 아이 사진·명품 사진, 통장 잔고 사진 등을 활발히 본인 계정에 업데이트 해둔 상태로 무작위 팔로잉을 진행한다. 프로필도 대부분 비슷하다. ms자산운용사 등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운용사의 이름을 걸어두고, 연세대 졸업·런던대 글로벌금융학과 석사 등 고학력 프로필을 걸어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포스팅들은 일명 '수익 인증' 게시글들이다.

수익 인증 포스팅은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면 충분히 '혹할 만' 하다. 하지만 조금만 유사 계정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수익 인증 포스팅이 이름만 다르고 내용과 글자, 사연이 모두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익 인증 포스팅까지도 전부 조작된 것이다.

금액은 보통 투자금 200~500만원 사이, 수익금 2,000~5,000만원 사이다. 소요 시간은 60~90분으로 명시되어 있다.

브로커의 피드 속 대부분의 인증 내용은 "기다리는 동안 정말 손이 떨렸는데, 이렇게 큰 금액이 들어오니 믿기지 않는다", "입금됐는데도 믿기지 않는다", "다른 다단계나 화장품 판매 업체와 정말 달라서 놀랍다", "남편 명의로 한 번 더 신청해도 되느냐"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대체 어떤 방법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 

기자가 직접 브로커에게 연락해 취재를 진행했다.

SNS상 리딩 작업·대리배팅으로 수익 본다며 불법 카지노 사이트 가입 권유

'컨설턴트 ㅇㅇ'이라는 이름의 브로커는 '해본 적 없냐'는 질문과 함께 위와 같은 설명을 보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리스크 0%, 원금 100% 보장
  2. 온라인 대규모 전문 게임을 진행해 수익 창출
  3. 배팅 결과를 무조건 받아두고 보안시스템 허술한 사이트 공략
  4. 본인들 명의로는 이미 너무 많은 수익을 낸 상황이라 타인 명의로 진행 후 수수료 수취

한 번 더 자세히 질문하자 해외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에서 참여자의 아이디로 게임배팅을 하고 수익을 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수료는 수익금의 15%를 제시했다.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불법이거나 문제가 된다면 여타 수익 인증자들도 진행을 안하지 않았겠냐"는 모호한 답변과 함께 "합법적인 사이트에서만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행위 자체가 합법이다 불법이다에 대한 답은 교묘하게 하지 않았다. 

이어 기자가 "간단히 말하면, 대리배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냐"고 묻자 "대리배팅? 명의가 필요한게 아니라 본인이 수익 보겠다고 찾아와서 의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예약중인 회원들이 많다"며 기자를 차단하고 사라졌다. 

이 다음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

피해자는 약 40~60분 이후 수익을 확인해보라는 연락을 받는다. 진짜로 원금의 3~10배에 달하는 금액이 찍혀있다.

이들의 사기행각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출금 요청을 누른 후 에러코드가 뜨며 출금이 불가능해진다.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단시간에 수익이 너무 많이 나서 그렇다"며 "첫 출금을 위한 추가 금액을 입금하라"는 답변이 온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출금이 안되는 이유를 이것저것 들어가며 추가 입금을 요구하다가, 피해자가 더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거나 의심하는 듯한 말을 꺼내면 그 때부터 "당신이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 아니냐", "대리배팅 불법인 것 몰랐냐"는 등의 이야기를 통해 겁을 주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진 피해자들은 신고를 할 경우 본인도 처벌 받을까에 대한 두려움과 급한 마음에 사기피해환불업체 등을 소개받아 컨택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도 한 패거리다. 이렇게 2차, 3차, 4차, 5차 피해까지 입었지만, 돈을 되돌려 받기는 거의 어렵다.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이 사기 단체는 대부분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조직도 해외에 있어 잡기 어렵다는 결론이 난다.

이아현 디자이너 ㅣ 비즈트리뷴 

피해자 처벌 여부·법 저촉 여부·피해보상 여부...변호사에게 직접 물었다

기자는 이후 직접 변호사들에게 컨택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장 두렵고, 걱정되는 부분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답변은 조의민 변호사(이에스티 법률사무소)와 김성계 변호사(법률사무소 라운)로부터 직접 받았다. 

아래는 변호사들과의 일문일답.

[질문1]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참여를 한 상황에서 신고를 한다면, 피해자도 처벌을 받는가.

(대리배팅은 게임산업법 제 32조 위반에 해당)

조 변호사: 일단 대리배팅은 불법이다. 피해자가 투자 방법이 대리배팅인 줄 알았냐, 몰랐냐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 대리배팅도 도박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만약 이를 인지했다면 본인도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단순 투자로 알고 있었다면 도박죄는 성립하지 않고, 상대를 사기 등으로 고소할 수 있다.

김 변호사: 일단 업자들은 사기죄가 성립된다. 형법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해 재물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람을 기망한다'는 것은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해 타인을 착오에 빠트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도박을 한 이용자도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피해자이고 신고 등의 사항을 고려해 기소유예 내지는 처벌을 피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질문2] 만약 이를 알선했던 브로커가 참여 방법을 설명할 때 '대리배팅'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이것이 연상되는 설명을 진행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Ex. 회원님이 회원가입을 해주신 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주시면 저희가 프로그램을 돌려서 수익을 냅니다.)

조 변호사: 이 예시는 쟁점이 될 수 있다. 단순 투자 프로그램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충분한 연상이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만약 이 글의 전체맥락을 보고 '이거 도박 해주는 거네'라고 생각했다면 경찰이나 법원도 도박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질문3] 대리배팅이라는 단어를 듣고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알선자 측에서 직접적으로 대리배팅이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조 변호사: 그렇다. 대리배팅이라고 말하는 순간 불법행위를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좀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핸드폰을 팔 때 현금을 주는 것이 안되지 않은가. 그런데 이 때 말로 하지 않고 글로 적어주고 말하려고 하면 나가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질문4] 국내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는 불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사이트는 합법인가. 또, 라이선스가 있다고 홍보하는 카지노 사이트들이 있는데, 이 '라이선스'는 무엇인가.

조 변호사: 카지노 라이선스는 주로 업종허가를 의미하는데, 각 국에서도 무분별하게 카지노 영업을 허용하지는 않고 있다. 라이선스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인은 어느 나라에서도 도박을 할 경우 처벌 받는다. 

김 변호사: 우리나라에서 카지노는 특허사업으로 강원랜드를 제외한 카지노의 내국인 이용은 불법이다. 라이선스가 있는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는 없다.

[질문5] 알선자들이 하나같이 고학력 프로필을 강조하던데 조직적인 행위로 보인다.

조 변호사: 범죄나 하나 기획되면, 범죄 프로그램을 여기저기 판매하면서 돌아간다. 모방범죄도 많다.

[질문6]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아예 없는가.

조 변호사: 희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못 돌려받는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범인이 잡히더라도 '배째라'식으로 나오는거나 대포통장 등을 이용해 잘 잡히지 않는다. 다만, 배상명령 등을 통해 일부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사건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지만, 금액이 크지 않고 잡을 길이 없어 수사 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애초에 믿는 사람 누가 있겠나 싶겠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혹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비즈트리뷴=양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