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첫 눈
[포토에세이] 첫 눈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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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다카마쓰 l 사진= 박상욱

일본 다카마쓰에서 찍었습니다.
‘야타이(屋台)’라고 부르는데 우리로 치면 포장마차 같은 길거리 음식점입니다.

포장마차 밖이 눈 내리는 풍경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해인 수녀의 《첫눈》이라는 시를 떠올렸습니다. ​

지난 주 화요일, 서울은 오랜만에 눈이 푸짐하게 내렸습니다.
눈이 오면 어른들은 기쁘지 않습니다. 대신 오만가지 복잡한 심정이 됩니다.
올해도 지나가는구나 착잡한 마음이 들고 내일 출근은 어쩌나 빙판길을 걱정하게 됩니다.
펑펑 함박눈이 내리면 이러다 집에 못 가는 거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눈 속에 갇혀 세상과 멀어지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

눈이 오면 아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리저리 방방거리며 뛰지만 어른들은 여러 가지 마음으로 천천히 걷게 됩니다.
같은 눈인데도 갖가지 마음과 다른 반응, 각기 다른 생각들이 펼쳐집니다. ​

눈이 펑펑 오는 날 생각나는 사람,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의 이름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습니다.
시와 사진을 보니까 이것저것 걱정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눈이 올 때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걸 먹고 싶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