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신데렐라는 누구와 결혼해야 행복할까?
[생각다이어리] 신데렐라는 누구와 결혼해야 행복할까?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1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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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계모, 유리구두, 밤 12시 그리고 왕자 같은 단어입니다.
그러나 원래 북유럽에서 구전되는 민담은 ‘역경을 극복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판타스틱한 동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잔혹, 에로물에 가깝습니다.

신데렐라가 계모를 죽이고 언니들은 구두에 맞추려고 발을 잘랐을 정도입니다. ​

우리가 아는 신데델라 동화는 17세기 말 샤를 페로가 민담을 동화로 순화시켜 각색한 《상드리옹 혹은 작은 유리 신》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디즈니가 1950년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지금의 신데렐라 이미지가 정형화된 것입니다. ​

‘상드리옹’이 영어로 ‘신데렐라’가 됐고 19세기 초 독일 그림형제가 채집한 이야기에서는 ‘아센푸텔’로 불렸습니다.
‘재투성이 아이’라는 뜻입니다. 놀라운 점은 조금씩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1천여 종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

이탈리아 센드라외울라, 러시아 부루슈카, 이라크 가난한 소녀와 암소, 베트남 카종과 할록 등도 모두 고난 끝에 행복해진다는 얘기입니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콩쥐팥쥐’는 콩쥐-신데렐라, 팥쥐-언니들, 꽃신-유리구두처럼 거의 1대 1로 매칭됩니다. 

신데델라가 1200년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변주된 것을 보면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스토리의 원형이기 때문입니다.
고난과 신분 상승은 늘 흥미롭습니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심심찮게 회자됩니다. ​

계열사의 평범한 사원이었다가 재벌가의 사위로 신분이 바뀌거나(결국은 이혼으로 끝났지만) 재벌가 며느리가 되어 ‘다른 세상’을 경험하지만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온갖 수모를 당한 끝에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연예인의 이야기도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입니다. ​

한 신용평가기관이 신용평가점수가 비슷한 사람끼리 관계가 지속되고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두 사람의 신용평가 격차가 크면 파경에 이를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결혼은 성사되기 어렵고, 이뤄지더라도 깨지기 쉽다는 뜻입니다. ​

신데렐라 동화는 왕자와 결혼하는 해피엔딩입니다.
그런데 만약 결혼이 끝이 아니라 결혼 이후의 삶을 그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집안일 뿐인 신데렐라가 왕가의 전통과 문화에 금방 젖어들고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