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혼자 좀 내버려두세요
[포토에세이] 혼자 좀 내버려두세요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11.28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역 ㅣ 사진=박상욱
서울역 ㅣ 사진=박상욱

서울역 대합실입니다.
서울역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일제 강점기 때 지은 역사와 서울역 앞 광장이지만 광장이라고 부르기엔 규모도 그렇고 쓰임새도 딱히 제 기능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개의 건축물이 그렇지만 특히 도시건축은 도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드러냅니다. ​

가령, 아파트와 아파트문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합니다.
메말랐다. 획일적이다, 인간미 없고 이기적이다 등등. 이런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아파트 공화국’이 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 외에도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익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거나 하는 사회문화적 특성 같은,이는 결국 개인의 자유를 침해 받고 싶지 않다는 욕심의 결과물입니다. ​

우리사회는 개인으로 존재할 경우 약자가 되기 쉽습니다.
예컨대 극장이나 공연장에 혼자 앉아 있으면 일행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자리 좀 바꿔줄 수 있냐’고 합니다.
KTX 열차를 타도 비슷합니다. 혼자 왔다는 이유로, 자기들은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어쩌면 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례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릅니다. ​

혼자 왔다고 돈을 적게 내는 것도 아니고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개인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합니다.
그런 일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납니다. 그러니 광장에서 개인으로 존재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요와 정적을 깨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어쩌면 간절하게 원해서 얻은 고요와 정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

가만보면 우리사회는 너무 많은 공동체를 갖고 있습니다. 동창회, 향우회, 전우회, 회사모임, 종교 모임 등. 그렇게 생긴 너무 많은 관계들이 부담스럽습니다.
뭔가를 하려고 하면 거기서 꼭 동호회가 만들어집니다. 내 삶을 내가 설계해서 의미 있게 하고 싶은데 관계망을 보면 우리사회는 개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

그러다 보니 모두가 관계망 속에 존재합니다. 그 관계망을 벗어나면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것 때문에 삶이 괴롭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이 높은 선진국이라고 해서 꼭 정답은 아닙니다만 서양의 공동체는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속에서 자발적으로 관계망을 만듭니다. ​

반면 우리는 개인주의가 너무 약합니다. 그러니 개인을 존중하는 것도 약합니다. 한 예로 무슨 일을 추진하려고 건의하면 서명 받아오라고 합니다.
그 요구가 타당하면 들어주고 아니면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거절하면 되는데 꼭 서명을 받아오라고 합니다. 숫자가 많아야 들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화가 너무 강해서 거기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나도 그런 사람입니다. 각자 서로를 지금보다 내버려 두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나만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