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전면 재검토"...소비자 비판에 '백기'
[이슈+]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전면 재검토"...소비자 비판에 '백기'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3.02.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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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비판에 결국 손을 들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제도 변경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마일리지 적립 및 공제기준 변경, 신규 우수회원 도입 등 마일리지 제도 전반을 면밀히 다시 세울 방침이며, 상당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신규 제도 시행 전까지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 내용이 대체 뭐길래?

대한항공은 지난 2019년 12월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의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2021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혀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마일리지 개편안 시행을 2년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행 예정이었던 2021년 4월보다 2년 뒤인 2023년 4월부터 마일리지 개편안을 시행하겠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의 계획이었다.

개편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거리 해외 노선에 적용해왔던 공제폭은 기존보다 늘어났고, 일본 및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일부에 대해서는 공제폭을 축소시키기로 했다. 국제선의 경우 기존에는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미주·유럽 등 4개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일괄 공제해왔으나, 앞으로는 실제 운항 거리별로 10구간으로 나눠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불만 폭발, "개악중의 개악"

대한항공 측은 이용 비중이 높은 단거리 노선에서 마일리지 사용을 확대함에 따라 더 많은 고객에 혜택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말했지만, 고객들은 개편안 내용에 불만이 많다. 

단거리 노선의 경우에는 대한항공보다 가격이 저렴한 LCC 항공을 이용하는 등 대체제가 있기 떄문에 많은 고객들이 단거리 노선보다는 장거리 노선에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의 사용량이 기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고객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소비자주권시민연대는지난 1월 2일, "대한항공의 항공마일리지 개편안은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한 개악중의 개악"이라며 강력히 비판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소비자주권은 특히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한 사항에 대해, "공제 비율이 다소 인하된 단거리 노선의 경우 구간효율이 좋지 않은 지역이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일리지 적립 비율이 높지 않은 지역"이며, "반면에 공제 비율이 대폭 늘어난 49개의 노선은 대부분 장거리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고객들이 불만을 가진 것처럼 승객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장거리 노선에 대한 마일리지 사용량이 대폭 늘어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정부도 비판의 목소리 높여...대한항공 결국 '백기'

소비자들의 불만에 이어 정부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지난 16일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SNS를 통해 "항공사 마일리지는 고객에게 진 빚, 이번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 의사를 표명했다.

또 17일에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이 낸 혈세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 소비자를 우롱하면 되겠느냐”며 “이제라도 마일리지 공제 방안에 대해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SNS에 "우리나라의 장거리 항공 노선을 사실상 독점한 대한항공의 탐욕이 국민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적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소비자들과 정부가 앞다투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마일리지 관련 제기되고 있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물러선 데 이어 마일리지 개편안 재검토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공제 기준을 세분화하는 개편안 내용은 유지하되, 공제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기업 정책을 바꾸는 선례를 남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 재검토와는 별개로, 고객들이 보다 원활히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너스 좌석공급 확대 ▲다양한 마일리지 할인 프로모션 ▲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일리지 복합결제 서비스 ‘캐시앤마일즈’에서도 3월 중에 달러를 결제 통화로 추가해 운영한다.